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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가무극'칠서']스토리·캐릭터 부족한 '일곱 서자'…중독성 있는 음악만 제역할 한 듯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칠서’에서 배우 박영수 등 칠서를 맡은 배우들이 ‘일어선다’ 등 주요 넘버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예술단




‘홍길동전’은 고전 가운데서도 가장 대중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서얼이라는 신분적 한계를 극복하고 민중의 편에서 탐관오리들과 맞서 싸운 홍길동은 민중의 영웅으로서 당대는 물론 지금의 영웅상에도 부합하는 인물이다. 그런 홍길동의 실제 모델이 된 역사 속 인물의 이야기는 분명 좋은 이야기 소재가 된다. 서울예술단이 올해 두 번째로 선보인 신작 ‘칠서’가 관심을 모았던 이유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칠서’는 역사가 ‘계축옥사’로 짧게 기록한 일곱 명의 서자들의 꿈과 좌절을 허균의 ‘홍길동전’ 탄생 비화와 함께 엮어낸 팩션 사극이다. 특히 조선 광해군 시절, 서자였던 이들이 신분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모습은 혼돈의 시기를 지나 새로운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대한민국은 물론 포기와 좌절이 일상이 된 ‘N포 세대’에게도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빈약한 서사구조와 단선적인 캐릭터들로 이야기는 출발점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14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에도 극 중 내내 허균과 칠서는 적서차별로 기회를 얻을 수 없는 사회의 부조리만을 이야기한다. 허난설헌(허초희)부터 허균의 스승(손곡 이달)까지 불필요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한 곡 이상의 넘버를 부르면서 스토리는 늘어지고 관객들은 지쳐간다.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칠서’에서 광해를 설득해 혁명을 꿈꾸는 허균 역의 배우 정원영 /사진제공=서울예술단


문제는 온갖 부연에도 스토리의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칠서 중 박응서가 동지들을 등지게 되는 이유부터, 광해가 내린 임무를 수행하며 활빈당 우두머리가 된 서양갑이 갑자기 조선이 명에 바치는 은 조공을 빼돌리려 하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국정농단, 촛불정국, 장미대선, 적폐청산이라는 16자로 정리될만한 최근 1년 동안의 시국의 흐름 또한 호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작품을 선보인다는 장성희 작가의 설명과 달리 촛불로 정권을 교체한 지금은 ‘실패한 혁명의 이야기’가 시의성을 얻기 쉽지 않은 시점이다.



극적 개연성이 부족한 까닭에 배우들의 설명조 대사가 늘어나고 지나치게 많은 대사에 배우들의 발음이 꼬이고 넘버를 소화할 때는 음이 이탈하는 불상사가 이어졌다. 액션 디자이너까지 썼지만 활극의 역동성은 떨어졌고 가무극이라기엔 ‘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음악만큼은 제 역할을 했다. 이미 뮤지컬 ‘빨래’로 검증받은 민찬홍 작곡가는 ‘일어선다’ ‘위험한 이야기’ ‘외줄 위의 용상’ 등 중독성 있는 넘버로 다시 한번 실력을 입증했다.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칠서’에서 광해 역을 맡은 배우 박강현 /사진제공=서울예술단


역사 속에 감춰진 청춘들의 이야기는 온데간데 없이 주인공임에도 각자의 서사를 갖지 못한 칠서의 일곱 서자는 단선적인 캐릭터를 표현하는데만 그쳤다. 다만 최근 ‘팬텀싱어2’ 출연으로 주목받고 있는 박강현은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단연 돋보였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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