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이웃을 위해 존재하는 단체입니다. 우리끼리 서로 괜찮다고 자위하게 된다면 교회는 그저 사교단체에 불과하게 될 것입니다. 일반 사회에서도 기업을 물려줄 때 세금을 내는데 교회가 이조차 없이 세습하는 것은 부도덕하고 교회의 공공성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진보 성향의 개신교 교단 연합체인 한국기독교교회연합회(NCCK) 김영주(65) 총무가 14일 퇴임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부자 세습과 종교인 과세 문제와 관련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교회는 공적인 기구”라며 “교회를 세습하고, 세금을 내지 못하겠다 주장하는 것은 공적인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이어 “일부 교회는 비자금만 800억이라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며 “종교인 과세 도입을 하지 않더라도 면세·공제는 혜택인만큼 이 금액을 잘못 사용한 흔적이 있다면 세무조사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무는 1990년 NCCK 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2010년 총무로 선출돼 7년간 NCCK를 이끌었다. 성 소수자·이슬람 문제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NCCK의 관심이 넓어진 것이 그의 성과로 꼽힌다. 또한 종교 간의 화해에도 집중해 정교회와 루터교를 새로이 NCCK의 회원으로 받아들이고, 불교 등 타 종교와 협력을 이어갔다. 그는 “살벌했던 노태우 정부 시절 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을 겪으며 정부의 견제를 많이 받았다”며 “교회는 사회의 선구자이자 예언자인만큼 정부의 행보에 할 말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서경석 목사 주도로 진행된 NCCK 탈퇴 움직임에 대해 “그 문건을 읽어봤는데 전공자인 저조차도 알 수 없는 정보들이 담겨 있었고 제가 청와대에만 보냈던 문건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었다”며 “이는 국정원 등을 이용해 박근혜 정권 아래서 조직적으로 NCCK를 와해하려 했던 움직임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무는 북한학을 전공했다.
그는 “(남·북)정부간 대화 통로가 막히더라도 민간의 통로는 끊지 말아야 한다”며 “최근 남북 경색으로 그동안 북한과 추진했던 사안들이 중단됐지만,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2019년까지 북한 종교인들이 참여하는 기념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최근 마찬가지로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에서 퇴임한 자승 스님과 함께 남북평화를 위한 포럼을 만드는 일도 추진할 예정이다. 자승 스님 퇴임 이후 시작한 3개월의 동안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NCCK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 역시도 보수적인 목사로 남았을 것”이라며 “NCCK를 통해 세상을 보는법과 기독교를 보는 법을 배웠다”고 밝혔다. 이어 “기독교와 다른 종교, 진보와 보수가 함께 일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오는 20일 퇴임하는 그는 21일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으로 취임한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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