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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PL보험 활성화로 제조물피해 보상을

한기정 보험연구원 원장





가습기 살균제 사고는 사망을 포함해 심각한 피해를 일으켜 우리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올해 국회는 유사한 제조물 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입증이 까다로운 제조물의 결함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을 피해자가 면하게 해 입증 책임을 완화하고 제조자가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책임을 지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도입해 제조자의 책임을 강화했다.

제조자의 배상자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개정된 제조물책임법도 무용하다. 배상자력이 충분하려면 무엇보다 고액의 제조물책임보험(PL보험)에 가입하거나 고액의 자본금을 갖춰야 한다. 법원이 가습기 살균제 기업인 세퓨에 피해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으나 세퓨는 이미 파산해 배상자력을 상실한 뒤였다. 가습기 살균제 기업인 옥시의 경우는 보상한도가 17억5,000만원인 PL보험에 가입했으나 보험금 대부분을 소송비용으로 사용했으며 자본금이 지난해 기준 1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배상자력이 충분하지 못한 제조자가 세퓨와 옥시만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이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 80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67개사(45.5%)가 보상한도 10억원 이하인 PL보험에 가입했고 보상한도가 1억원 이하인 PL보험에 가입한 기업도 85개사(10.5%)나 됐다. 옥시 사례에 비춰볼 때 보상한도 10억원은 소송비용을 충당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 보상한도 10억원 이하인 PL보험에 가입한 기업 중 297개사가 자본금 100억원 이하여서 대형 제조물 사고가 발생할 때 배상자력이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특히 보상한도 10억원 이하인 PL보험에 가입한 기업 가운데 식료품, 생활화학, 자동차 부품, 화장품, 의약품 등 대형 피해를 야기할 위험이 있는 제조자가 다수 포진해 있다는 점도 매우 충격적이다. 미국·영국·일본·독일 등의 기업은 제조물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를 충분히 구제하기 위해 우리에 비해 고액의 PL보험에 가입한다.

제조물책임법 개정으로 제조자의 손해배상책임이 강화된다고 하더라도 사고는 예기치 못하게 발생할 수 있다. 지금처럼 기업이 낮은 보상한도의 PL보험에 가입하는 등 배상자력을 제대로 갖추지 않는 한 대형 제조물 사고에서 피해자가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례는 앞으로도 반복될 우려가 크다. 정부는 대형 제조물 사고에서 피해자가 제대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더 보완해야 한다. 소비자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제조물에 PL보험 표시의무제(사고당 보상한도, 총보상한도 표기)를 도입하고 기업이 충분한 배상자력을 갖추도록 강제하는 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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