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경주 지진에 이어 지난 15일 포항 지진이 또 발생했지만 정부의 선제대응은 여전히 부실했고 국회는 입법 공염불만 남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국회는 지진이 발생하면 한동안 대비책을 수립하겠다고 목청을 높이지만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부실대책에 그치고 말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16일 지진 관련 국회 입법 상황을 조사한 결과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법적·재정적 토대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 대응을 위한 법안 대부분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데다 내년도 지진 관련 주요 예산도 곳곳에서 삭감됐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지진·화산재해대책법’ 개정안 등 지진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법안 17개가 발의됐다. 18대·19대 국회 임기 동안 각각 7개와 12개의 법안이 발의된 것과 비교하면 법안 발의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2개에 불과하다. 민간 소유 건축물의 내진보강이나 대피시설 설치 등 지진 피해 규모를 대폭 줄일 수 있는 내용의 개정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이 밖에 지반단층 조사연구에 원자로 및 관계시설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과 가스공급·수도시설도 내진 설계기준을 적용하도록 한 개정안 모두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사고가 터진 후에야 급하게 논의를 시작한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예산 역시 올해보다 증가했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각 부처별 지진 관련 예산 총액은 5,029억원으로 올해 3,669억원보다 37.1%(1,360억원) 늘었다. 항목별로 보면 △지진 대비 인프라 구축 515억원 △지진 조기경보체계 구축 184억원 △내진보강 4,330억원 등이다. 이 중 지진 조기경보체계 구축 비용은 지난해 경주 지진에서 필요성이 제기됐는데도 올해 예산(289억원)보다 36.4%(105억원) 축소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더해 경주 지진 당시 내놓은 정책 중 아직까지 시행되지 못한 것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국가 사회간접자본(SOC) 안전관리본부’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추진단만 마련한 상태다./권경원·강광우·박형윤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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