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포항 학부모들 "4층 배정 속상...흔들리면 그냥 나와라" 당부

2018 수능 고사장 표정

"힘들었는데 실력 발휘 바랄뿐"

교사들도 학생들 힘 북돋아줘

1.7 여진 있었지만 정상 시험

고사장마다 수능 대박 응원 후끈

장애수험생 473명도 무사 입실

자원봉사단 핫팩 등 나눠주기도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리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에서 후배들이 수험생들을 응원하고 있다./송은석기자




한 손에는 도시락통, 한 손에는 핫팩. 긴장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굳은 표정의 남학생들은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자 환하게 웃는다. “샘(선생님)! 저 수능 만점 맞게 기도해줘요.” 평소에는 없던 너스레를 떤다. 일주일 만에 수능을 다시 맞이한 23일 오전7시께 지진 여파로 포항고등학교에서 포항제철중학교로 고사장을 옮긴 동지·포항·동성고 수험생 555명이 고사장 안으로 속속 들어섰다. 제자들을 덥석 끌어안은 현상백(56) 동지고 교사는 “지난 일주일간 학생들이 많이 힘들어했다”면서 “시험장 안에서는 부디 실력을 발휘하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 있는 수능 시험장인 포흔중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경찰차를 타고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수험생 어머니는 포항 유성여고로 들어가는 딸을 꼭 껴안아준 뒤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딸의 뒷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다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입실 마감 시간 이후에도 교문 앞을 지키던 임정아(45)씨는 시험장에 들어간 딸에게 ‘조금만 흔들려도 시험 치지 말고 그냥 내려 와라’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임씨는 “애 시험장이 맨 꼭대기인 4층에 배정돼 속상하다”며 “애가 중요하지 대학은 나중 문제”라고 말하며 계속 문자메시지를 이어갔다.

전국 1,180여개 시험장에서 수험생 59만3,000명이 응시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강한 여진 없이 순조롭게 막을 내렸다. 오전11시35분께 포항시 북구에서 규모 1.7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흔들림이 거의 없어 시험을 계속 치를 수 있었다. 수능 입실 시각인 오전8시10분 이전에 여진이 나면 포항 수험생 6,098명은 일제히 경산·영천 등 예비고사장으로 이동하기로 돼 있었지만 당초 예정된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렀다.

23일 오전 수능 시험장인 포항 유성여자고등학교 앞에서 한 수험생 부모가 딸이 잘 들어가고 있는지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다. /포항=장지승기자




저시력·뇌병변 등 장애수험생 473명도 무사히 입실해 시험을 마쳤다. 이들은 서울 종로구 경운학교와 서울맹학교,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중학교 등 장애수험생 대상 고사장에서 수능을 치렀다. 장애인 수험생에게는 보청기, 점자 문제지, 음성지원 컴퓨터 등이 제공됐다. 경찰은 서울 종로구에서 고사장으로 이동하려던 시각장애인 수험생 1명과 학부모 1명을 발견해 수험장까지 수송하기도 했다.

고사장을 착각했거나 시험에 늦은 수험생을 수분 만에 목적지로 데려다 준 경찰의 활약도 빛났다. 경찰청은 이날 고사장을 착각한 59명을 비롯해 수험생 955명을 수송하고 13명에게 수험표를 찾아줬다고 밝혔다. 특히 오전7시50분께 고사장을 착각해 포항제철중학교 앞에 내린 남학생을 다급히 포항제철고까지 태워다 주기도 했다.

서울에서는 엉뚱한 고사장을 찾은 수험생이 경찰차를 타고 입실 1분 전 고사장에 도착해 시험을 치렀고 경북 경산에서는 경찰이 늦잠 잔 수험생을 무려 100㎞가량 수송해 무사히 내려주기도 했다.

전국 고사장마다 수험생 선배에게 전하는 후배 학생들의 응원도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 고사장 정문마다 ‘수능 대박나세요’ ‘오래 기다린 만큼 잘해낼 거예요’라는 플래카드가 걸렸고 후배 학생들과 자원봉사단은 핫팩·초콜릿·커피 등을 수험생에게 전달했다. 포항제철중학교 앞에 핫팩을 한 아름 들고 선 윤정숙(63)씨는 “꽃 같은 아이들이 지진 때문에 고생 많았다”며 “마음이라도 따뜻하게 수능을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포항=신다은·최성욱기자 down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