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진행된 세계성악가대회(Jeunes Ambassadeurs Lyriques Programme)는 캐나다 퀘벡주에서 주최하고 캐나다 리릭극장(Theatre Lyrichoregra 20)에서 주관하는 국제적 규모의 대회로, 젊은 성악가들이 세계무대에 설 수 있도록 지원할 목적에서 설립되었다. 1994년에 시작되었지만 대회 규모가 지금처럼 커진 것은 3년 전으로, 지금까지 전세계 16개국 80개 이상의 극장 및 축제들과 교류하고 있다. 2017년 대회에는 캐나다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선발한 29명의 젊은 성악가들이 캐나다, 독일, 멕시코,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등 세계 12개국에서 초청된 14개 극장의 예술감독들 앞에서 최고의 성악가를 선발하기 위한 경연을 펼쳤다.
지난 봄, 캐나다 측의 참가 요청을 받은 대구오페라하우스는 당해 ‘오페라 유니버시아드’와 ‘영아티스트 프로그램’에 참가한 신인성악가들의 프로필과 연주영상을 예선으로 제출했고, 그 중 베이스 장경욱(경북대 4)씨의 본선 진출을 결정지었다. 그리고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최상무 예술감독이 극장을 대표해 장경욱씨와 함께 본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캐나다로 출국한 것이다. 이번 대회에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참가하게 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성과다.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영광인, 세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극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2017년 들어 대구오페라하우스는 3월 이탈리아 피렌체극장 아카데미와 독일 함부르크국립극장 오펀스투디오 진출 오디션, 10월의 도이치오페라극장 진출 오디션, 이번 캐나다 세계성악가대회 참가까지 신인성악가 해외진출에 관한 전무후무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대회는 11월 16일 프랑스 아리아 경연으로 시작해 독일 오페라 아리아(17일),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18일)를 차례로 선보인 후, 19일 오페라 갈라콘서트와 시상식으로 끝을 맺었다. 이날 최상무 예술감독은 캐나다 출신의 메조소프라노 베스테 카렌더(Beste Kalender)씨를 발탁, 2018년 대구오페라하우스 영아티스트 프로그램에 초청하기로 하는 등 활발한 해외교류를 이어갔다.
한편 갈라콘서트에 이어 진행된 시상식에서 또 한 번의 낭보가 날아든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추천한 참가자인 베이스 장경욱씨가 ‘외국인 성악가상’을 수상한 것. ‘외국인 성악가상’은 캐나다를 제외한 국가에서 참가한 성악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일한 상이며, 심사를 맡은 예술감독들의 현장 투표를 통해 선발된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신인성악가 육성 프로젝트를 통해 발굴해낸 신예 베이스 장경욱씨는 오페라 유니버시아드 <코지 판 투테>의 주역으로 무대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대구오페라하우스 기획공연 출연자 오디션에서 제15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 <리골레토>의 ‘스파라푸칠레’역으로 당당히 합격해 성공적으로 데뷔한 바 있다. 대학에 재학중임에도 불구하고 오페라축제의 메인오페라 주역을 맡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매우 파격적인 발탁이었다.
만 18세에서 35세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이 대회에 한국 나이로 24살, 대회 최연소로 참가한 장경욱 씨는 뛰어난 실력으로 유럽출신의 성악가들을 제치고 멕시코 출신의 바리톤과 동점을 기록해 공동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장경욱씨는 이번 대회를 통해 2018년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성악콩쿠르 참가요청을 받은 것과 동시에, 슬로바키아 코시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초청받아 베토벤 ‘C장조 미사’를 베이스 솔리스트로 협연하기로 하는 등 세계무대로 진출할 기회를 얻게 됐다. 이밖에도 오스트리아 등 다수 해외극장에서 깊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장경욱씨는 “큰 무대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대구오페라하우스 대표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욱 큰 무대로 나아가 대구와 한국을 알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대구오페라하우스 배선주 대표는 “젊은 성악가들을 발굴 및 육성하고, 나아가 꿈을 펼칠 무대와 기회를 주는 것이 공공극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의무”라며 “참가 자체만으로도 큰 성과인데, 이렇게 좋은 성적까지 기록하게 돼 금상첨화”라는 소감을 밝혔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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