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팩션’ 뮤지컬 <팬레터>는 자유를 억압하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김태형 연출, 한재은 작가, 박현숙 작곡가, 김길려 음악감독 등 크리에이터들이 뭉쳐 만든 작품. 초연 당시 2차 티켓 오픈 전석 매진 및 전석 기립박수, 평점 9.6을 기록하며 명실상부 웰메이드 창작뮤지컬로 자리잡았고 지난 1년동안의 재정비를 거쳐 더욱 탄탄하고 아름답게 관객들에게 돌아올 준비를 마쳤다.
24일 오후 2시 서울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팬레터‘(연출 김태형)의 프레스콜에서 김태형 연출은 “예술가로 이름 붙여진 문학을 하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이다” 며 “더욱 완성된 작품으로 이야기하고 싶었고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망이 재공연까지 오게 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팬레터>는 1930년대 경성, 팬레터를 계기로 문인들 세계에 들어가게 된 한 작가 지망생의 성장을 그린 이야기. 당대 최고 문인들의 일화를 바탕으로 하여 당시 문인들의 예술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며 그 시대 예술가들의 삶과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지난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 공연에서 무대와 펜, 원고지 등 상징적인 소품을 활용하여 무대를 채웠다면, 이번 시즌에는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극장을 더욱 활용하며 조금 더 경성시대의 모습이 잘 드러날 수 있게 무대를 설정했다. 계단을 두고 2층을 만들어, 동선의 다양함을 꾀하고, 세훈의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어 주어, 그 공간 안에서 세훈의 고뇌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넓은 동숭홀을 알
차게 활용하여 경성시대로 가득 채운 것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무대 미술을 전면적으로 수정한 것에 이어 기존 해진과 세훈 그리고 히카루 세 인물의 관계가 더 아름답고 강렬하게 보일 수 있도록 의상과 캐릭터의 노선 역시 변화시킨 점이 눈에 띈다.
김태형 연출은 동선이나 무대의 수정에 대해서, “스테이지가 달라지면서 극장의 뷰가 바뀌었다. 이해랑 극장은 내려다 볼 수 밖에 없어서 거대한 상징들을 배치할 수 밖에 없었다. 동숭아트센터는 좀 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정서를 세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히카루’라는 인물에 힘을 더 실어준 것 역시 이번 공연의 특징. 의상을 더욱 다양하게 입으며 히카루라는 인물의 감정 변화를 명확히 드러내며 관객들이 보다 쉽게 극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뮤지컬 <팬레터>의 첫 곡인 ‘유고집’ 넘버에서도 기존 남자 배우들을 포함하여 ‘히카루’ 역을 맡은 여자 배우들의 화음까지 더해지며 오프닝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7인회’가 부르는 ‘넘버 세븐’이라는 넘버는 일제 강점기라는 상황과 사람들의 손가락질 안에서 나라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 하는 문인들의 고뇌를 더했다. “더 멋지게, 좀 더 새롭게, 예술만은 자유로워도 괜찮아”라는 대목에서는 자유를 억압당하는 시대적 상황 안에서도 자신들의 예술은 억압당하기를 거부하는 문인들의 깊은 강단이 드러난다.
디테일한 연출의 손길이 가미 돼 조금 더 고민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김 연출은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 안에서 “7인회 멤버들 대화나 장면들이 조금 더 문인들의 이야기를 담아, 주인공들의 서사로 닿을 수 있게 연출하고자 했다. 그 부분의 효과성은 좀 더 지켜보고 있는 상태이다”고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한편, 작가 지망생 ‘세훈’역은 초연에 참여했던 문성일과 더불어 문태유, 손승원이 맡았다. 사랑에 빠진 천재 소설가 ‘해진’역은 김종구와 김수용이 열연을 펼쳐 보일 예정이다. 비밀에 싸인 천재 여류작가 ‘히카루’역은 소정화-김히어라-조지승이 캐스팅되어 더 매혹적인 히카루를 기대하게 한다. 시인이자 소설가 ‘이윤’역은 박정표-정민이 맡았으며, 엘리트 평론가 ‘김환태’와 명일일보 학예부장 ‘태준’역은 작년에 이어 권동호와 양승리가 연기한다. 이윤의 절친한 친구 ‘수남’역은 이승현과 손유동이 맡아 초-재연 배우와 환상적인 조화를 보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는 거장 ‘왕가위’ 영화감독이 투자제작에 참여 하며 화제를 모은 뮤지컬 <팬레터>는 내년 2월 4일(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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