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비롯한 공무원과 민간인을 불법 사찰하고 ‘비선보고’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9일 검찰 포토라인에 다시 섰다. 우 전 수석은 앞서 넥슨과의 땅 거래 특혜 의혹 등 개인비리 의혹과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한 번, 검찰에서 두 번 등 모두 세 번의 조사를 받았다.
우 전 수석은 이날 오전 9시 52분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난 1년 사이 검찰 포토라인에 네 번째 섰다”며 “이게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고 헤쳐나가는 것도 몫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법사찰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들어가겠다”고 짧게 말하며 검찰청사로 들어갔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국가정보원에 지시해 이 전 특별감찰관 등을 불법사찰한 혐의(직권남용 등)를 받는다. 앞선 검찰 조사에서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은 우 전 수석이 전화로 지시해 이 전 특별감찰관 등의 뒷조사를 하고 내부 보고 없이 우 전 수석 측에 비선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장 출신으로 우 전 수석과 서울대 법대 84학번 동기인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 역시 검찰에 나와 우 전 수석에게 사찰 동향을 보고한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비위 의혹을 감찰 중이던 이 전 특별감찰관을 뒷조사한 것은 정상적인 공직 기강 점검이 아니라 본인의 개인 의혹 감찰을 방해할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민정수석의 막강한 권한을 남용한 사례로 판단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은 또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운영에도 깊숙이 개입한 혐의도 있다. 앞서 국정원 적폐청산TF는 우 전 수석의 지시를 계기로 문체부가 지원 사업 예정 대상자 명단을 국정원에 보내면 국정원이 허가 여부를 결정해 통보하는 방식의 업무 협조 관계가 구축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검찰은 이날 밤늦게까지 우 전 수석을 조사하고 나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두 차례 구속 위기에서 벗어나며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이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게 검찰 안팎의 평가다. 우 전 수석과 유착 의혹을 받았던 추 전 국장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상황에서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우 전 수석 역시 법망을 피하기가 어렵다는 해석이다.
현재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게이트’ 진상 은폐에 가담하고 이 전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만 지난 4월 불구속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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