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이른바 ‘이혼합의금’ 규모에 잠정 합의했다. 이로써 양측이 영국의 EU 탈퇴조건을 정하는 1단계 협상을 마무리 짓고 무역협정 체결 등 미래 관계에 관한 2단계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영국이 EU를 떠나면서 치르는 재정기여금인 이혼합의금 규모를 450억~550억 유로에서 정하는 데 양자 간 기본 합의가 이뤄졌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울러 영국이 재정분담금을 일시불이 아니라 최대 40년에 걸쳐 분납한다는 데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이들 매체는 전했다.
영국 정부는 보도에 대해 “협상은 진행 중이며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주 테리사 메이 총리가 EU 재정기여금 액수를 올리는 방안에 대해 주요 장관들과 합의를 마쳤고 EU와 영국 내 복수 소식통들의 증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양측의 합의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양측이 이혼합의금 규모에서 접점을 찾으면서 브렉시트 1단계 협상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1단계 협상에서 남은 쟁점은 상대 측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권한 보호, 영국의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 아일랜드 국경에 여권통제 등이 이뤄지는 ‘하드보더’를 세우는 문제 등이다. 한 고위 외교관은 “이혼합의금이 큰 문제였지만 이제는 아니며 그 문제는 잘될 것”이라며 “이제는 아일랜드 국경이 문제”라고 말했다.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영국은 다음달 14~15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1단계 협상 결과를 보고하고 EU 정상들에게 미래 관계와 관련한 2단계 협상에 착수할 수 있을지 판단을 구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EU 정상들은 그동안 1단계 협상에서 충분한 진전이 있어야만 2단계 협상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다만 EU 재정기여금 증액 규모를 두고 영국 내에서는 ‘굴욕적’이라는 평가가 나와 메이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EU로 나가는 돈을 줄여 이를 복지재원으로 활용하자던 브렉시트 결정 당시의 주장과는 상반된 협상 결과가 나오자 브렉시트 찬성파와 반대파 양측에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이 당초 예상했던 이혼합의금은 200억유로로 잠정 합의안의 절반에 불과하다. 마이크 후켐 영국독립당(UKIP) 대변인은 “보도된 금액은 절대적인 분노를 일으킨다”며 “이는 메이 총리가 행한 또 다른 항복”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국제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 가치는 강세로 전환했다. 블룸버그 환율정보에 따르면 달러 대비 파운드화의 가치는 파운드당 전일보다 0.5% 오른 1.3380달러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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