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로 북한과의 관계 회복을 조심스럽게 타진하던 중국은 적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됐다. 중국 공산당 당대회와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지난 17일 북한에 보냈던 쑹타오 특사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온 지 2주도 안 돼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서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 해법을 주장해온 중국의 입지는 옹색해질 수밖에 없어졌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로 대화 해법의 스텝이 또다시 꼬인 중국으로서는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이라는 기존 대북 해법을 원론적인 수준에서 재언급하면서도 새로운 방향 전환을 내심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중관계의 급격한 냉각도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는 29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엄중한 우려와 반대 의사를 재표명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이 한반도 긴장을 가속하는 행동을 중단하길 바란다”며 “유관 각국이 신중히 행동하고 지역 공동체와 함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한반도 이슈에서 영향력 약화를 우려하는 중국이 이번 도발 이후 추가 경제제재 등 대북 압박 강도를 한층 더 높여 존재감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전날 중국 국가여유국이 랴오닝·지린성을 제외한 지역의 북한 여행상품 판매를 금지하기로 한 것도 이미 어느 정도 예고된 이번 도발을 앞둔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북중관계 악화가 불가피해진 가운데 당장 시진핑 집권 2기 이후 중국의 첫 글로벌 행사인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 고위급 대화에 북한 대표단이 파견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30일부터 내달 3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 북한이 별도 대표단을 참석시키지 않고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만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편 신화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새로운 대북 제재가 개시된 지 1주일 만에 나온 것”이라며 9년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로 이번 도발의 책임을 몰아갔다. 대북 특사 쑹 부장의 빈손 귀국 이후 중국의 쌍중단 카드 무용론을 부각시키려는 미국을 견제해 대북 협상 주도력을 잃지 않겠다는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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