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설상 종목의 희망 이상호(22·한국체대·사진)가 시즌 첫 월드컵에서 ‘대형사고’를 벼르고 있다.
이상호는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카레차에서 열리는 2017-2018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 월드컵에 나선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최초의 월드컵 금메달도 노려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노보드 알파인 평행대회전은 슬로프를 내려가며 1대1 속도 대결을 펼치는 토너먼트 경기다. 처음에는 1명씩 따로 달려 상위 16명을 가리고 이후 16강부터 1대1 맞대결이 진행된다.
강원 정선 출신의 이상호는 고랭지 배추밭 눈썰매장에서 스노보드를 익혔다. 이 때문에 ‘배추보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지난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2관왕, 3월 월드컵 평행대회전 은메달로 이름을 알렸다. 아시안게임 스노보드 금메달과 월드컵 메달권 진입은 각각 한국 스노보드와 한국 스키 사상 최초의 쾌거였다. 이상호는 이어 올림픽 시즌 개막을 앞둔 지난주 독일 유로파컵 평행대회전에서 우승,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의 기대를 한껏 높였다. 유로파컵은 월드컵보다 한 단계 낮은 대회지만 지난주 대회에는 월드컵 리허설 무대로 삼으려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세계랭킹 10위의 이상호는 예선을 1위로 통과한 뒤 16강부터 소문난 강자들을 차례로 격파했다. 16강에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8강에서는 2014 소치올림픽 2관왕자를 물리쳤고 4강과 결승에서 역시 유럽의 강호들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013-2014시즌만 해도 월드컵 최고 성적이 52위였던 이상호는 이후 24위, 12위, 2위로 거침없이 뛰어올라 생애 첫 1위 등극을 넘보고 있다. 비시즌 유럽 전지훈련 중 연습 레이스 기록이 올림픽 메달권에 근접하는 등 기분 좋은 신호가 일찌감치 감지되고 있었다.
이상헌 대표팀 총감독은 “올림픽 시즌 첫 국제대회를 우승으로 시작해 계획대로 된 것 같다”며 “올림픽에 맞춰 열심히 준비해서 우리나라가 설상 종목에서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이상호 역시 “이번 유로파컵 우승으로 비시즌 연습이 잘 됐고 장비 적응도 완벽히 끝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컨디션 관리를 잘해서 올림픽에서도 최대한의 기량을 발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상호는 15일에는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로 장소를 옮겨 평행대회전에 나서고 16일 같은 장소에서 평행회전에 출전, 금메달을 향한 쉼없는 레이스를 펼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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