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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마녀의 법정’ 정려원 “여배우의 힘, 어떻게든 보여주려 했다”

정려원이 제대로 물 만났다. 최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마녀의 법정’에서 만난 ‘마이듬’은 인생캐릭터 그 자체였다. 예뻐 보이려는 보통의 여주인공 공식을 깨고 망가지고 과격할수록 빛이 났다. ‘마녀의 법정’은 정려원에게 일생의 도전작이었다.

배우 정려원 /사진=키이스트




‘마녀의 법정’은 에이스 독종마녀 검사 마이듬(정려원 분)과 의사 가운 대신 법복을 선택한 초임 검사 여진욱(윤현민 분)이 여성아동범죄전담부에서 앙숙 콤비로 수사를 펼치며 추악한 현실 범죄 사건을 해결해 나간 법정 추리 수사극.

극중 정려원은 7년 차 에이스 검사 마이듬 역을 맡아 여성아동범죄전담부에서 불의에 맞선 ‘사이다 활약’을 펼쳤다. 여교수의 남조교 강간 미수 사건, 몰카 피해, 청소년 성매매 등 사회적 공분을 자아내는 생활밀착형 성범죄들을 다루며 ‘돌아이 기질’로 통쾌하게 사건을 해결했다.

성범죄, 여권신장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요즘, 제 할 말 똑 부러지게 하는 안티히어로 마이듬의 활약에 여성 시청자들이 더 크게 환호했다. 현실 반영 소재가 극본에 힘 있게 담겼고,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마녀의 법정’은 최고 시청률 14.3%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정려원은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KBS 2TV 드라마 ‘마녀의 법정’ 종영 인터뷰에서 “드라마가 끝나고 하염없이 잤다. 마지막에는 디졸브 촬영이 많아서 피로가 쌓였는데, 쉬면서 지난주부터 운동도 하고 그러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여전히 장단발을 한 정려원에게서 마이듬의 모습이 비쳤다. ‘마녀의 법정’을 위해 일부러 머리를 잘랐는지 묻자 “그렇다. 대본을 받자마자 ‘이듬이는 단발이지’라고 생각했다. 캐릭터를 위해 머리를 그냥 두고 기다리는 편인데 쇄골 길이 정도가 맞을 거라 생각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사람들이 긴 단발을 스타일링하기 어려운 ‘거지 존’이라고 하더라.(웃음)”

배우 정려원 /사진=키이스트


‘마녀의 법정’이 법정수사물이다 보니 정려원은 검사 마이듬으로 소화해야 할 대사량과 법정용어가 산더미였다. “법정대사가 많아서 나눠주고 싶었다. 입에 붙은 상태가 아니어서 초반에는 촬영 들어가기 전 기간까지 3주 동안 미친 듯이 외운다고 쳐도 이후에 촬영이 많아지면서 외울 시간이 1주일씩밖에 없었다. 사건이 많아질수록 감정이 격해지고 대사도 많아졌다. 처음엔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하다 보니 되더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된다는 걸 느꼈다.”

대사는 물론, 사건을 접하며 격하게 변화하는 감정연기까지 마이듬으로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다잡은 정려원이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지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 8부를 찍을 때 한 번은 힘이 들더라. ‘내가 여자라 힘이 달리나?’, ‘이래서 남자 배우들을 주연으로 많이 쓰는가?’ 싶었다. 그런데 ‘여배우는 이래서 안 돼’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더 열심히 했다. 그런 역할의 롤모델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품위있는 그녀’에서 (김)선아 언니, (김)희선 언니의 활약을 동경하던 때 ‘마녀의 법정’이 들어와서 더 의욕을 가졌던 것 같다.”

마이듬은 유쾌하고 과격하게 ‘돌아이 기질’을 펼치다가도 엄마를 잃은 사연, 성범죄 케이스를 다루면서는 분노와 무너짐, 눈물 등 다양한 감정을 보여줬다. 장면을 넘나들며 감정이 널뛰는 바람에 지금까지 역할 중 가장 감정소모가 많은 모습을 보여줬다. “웃기는 신을 웃기게 하는 걸 좋아했다. 망가지는 신은 확실하게 망가져야 한다. 안 그러면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 이 드라마에서는 웃기는 편을 많이 선택했다. 그러다 갑자기 진지해지기도 하고 다시 또 씩씩해지는 등 감정이 많았다. 힘들다는 생각보다 ‘어떻게 하지?’라고 고민했다. ‘못 해’보다 ‘어떻게든 보여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원맨쇼 아닌 원맨쇼를 계속해서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연기에 고민이 많았던 정려원은 초반에는 스스로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고. “초반 캐스팅 기사가 나왔을 때 댓글에 ‘정려원이 검사? 풉’이라는 반응이 있었다. 나 또한 그랬다. 그런데 그렇게 보이는 게 또 싫더라. 그들이 걱정 하는 바를 알았다. 검사 드라마가 많았지만 이듬이는 성격이 또 달랐다. 비교 대상 자체가 없게 나 자체를 샘플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초반에 캐릭터를 잡을 때 힘이 많이 들기는 했다. 경직된 상태에서 검사 역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았다.”

정려원은 여배우로서 아름다워 보이고 싶은 욕구보다 배우로서 연기에 빠져들고 싶은 욕망이 더 컸다. “승부욕은 없는데 쓸데없는 데 발동이 걸리기는 한다. 예전에도 어떤 대본에서 대사가 많아서 힘든 적이 있었는데, 메디컬 드라마를 하면서 그런 고민이 없어졌다. 이번 대본에서는 감정이 널을 뛰더라. 그런데 다음에는 또 내가 무슨 역을 하게 될지 모르는 거였다. 이번에 그걸 탈피해야 했다.”

배우 정려원 /사진=키이스트




“내가 쉬는 동안에도 시간은 뺑뺑 돈다. 예전에는 내가 탈 수 있는 속도의 뺑뺑이였다가 요즘에는 플랫폼도 다양해지고 더 빨리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할 때 ‘마녀의 법정’을 하게 됐다. 나중에는 더 걷잡을 수 없어지고 탈 수도 없을 것 같아서 드라마를 하게 됐다. 안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위험요소도 많았다. 대본은 재미있었지만 성범죄를 소재로 다루면서 2차 피해자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다. 완급조절을 하느라 고생했다.”

마이듬은 남들이 눈치 보느라 전하기 어려워하는 말을 속 시원히 내뱉음으로써 ‘사이다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실제로 정려원은 차분한 성격이지만, 과감히 주체적인 캐릭터를 분출됐다. “여주인공이 찡찡거리고 남자가 대신 사건을 해결해줬으면 ‘마녀의 법정’이 이만큼 통쾌하지 않았을 것 같다. 여검사가 전형적인 히어로였다면, 이듬이는 ‘데드풀’ 같은 안티히어로였다. 실제 나라면 훅 쭈그러들었을 텐데 이듬이를 통해 밖으로 표출하는 걸 보여줬다. 서브텍스트를 말로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를 참고해 캐릭터 도움을 받았다. 나는 ‘쫄보’라 친구들이 싸우면 눈치만 빨리 보고 말을 못 한다. 그런데 그 친구는 바로 ‘분위기가 싸하다’고 말한다.”

정려원은 ‘마녀의 법정’을 통해 실제 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졌다고 털어놨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있는데 ‘여아부’(여성 아동 범죄 전담부)는 드라마 속 가상의 조직이었다. 현실에서는 피해자가 자신의 수치스러운 부분을 여러 명에게 진술한다. 그러다 보면 피해자들이 중간에는 진술을 멈춘다. 피해자가 공판까지 원스톱으로 가는 부서가 없다. 드라마를 찍으면서 현실에도 이런 여아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죗값을 온전히 받았으면 좋겠다. 성범죄가 숨 쉬듯이 있지 않느냐. 너무 익숙한 범죄여서 그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도 많다. 나 또한 무의식으로 받아들였던 발언들 중에 성희롱이었던 게 많았다는 걸 알았다. 여자들이 참고 넘어가는 부분에 있어서 ‘마녀의 법정’이 옳은 말을 해줄 수 있겠더라. 마이듬 캐릭터로 책임감도 갖게 됐다. 이듬이가 바지를 입었던 이유도 성범죄 요소를 아예 차단했던 것이다.”

한편 정려원은 ‘마녀의 법정’에서 좋은 분들을 만났다고 극찬을 더했다. ‘여아부’ 식구들은 물론, 전광렬, 김여진, 윤현민, 감독, 작가, 스태프들 모두에게 애정을 쏟아냈다. “초반에는 전광렬 선배님이 ‘알파고’인 줄 알았다. 현장에서 NG가 없고 앵글도 굉장히 잘 아신다더라. 서로 부딪치는 신을 찍을 수 있을까 싶었다. 일단 ‘쫄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다. 나부터 주늑들어있으면 선배님 연기까지 안 살아날 것 같았다. 전광렬 선배님의 전투력이 1000이면 내가 2000을 보여주려 했다. 선배님에게 적은 에너지를 드리기 싫어서 엄청 연습했다. 선배님과 붙는 신에서는 죽어도 NG를 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대본에 별을 그렇게 많이 쳤다.(웃음)”

배우 정려원 /사진=키이스트


“김여진 선배님은 나를 풀어주기 위해 처음부터 ‘진짜 편하게 연기할 게’라고 하셨다. 내 대사를 김여진 선배님이 너무 잘 받아주셔서 연기를 잘 할 수 있었다. 쫑파티 때 선배님께서 저를 안아주시면서 이번 현장이 되게 좋았다고 말씀하셨다. 나도 괜히 촬영 전에 어슬렁어슬렁 거리고 친목을 다졌다. 촬영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윤현민은 최근 인터뷰에서 ‘정려원 같은 배우를 다시 상대역으로 만날 수 있을까 싶다’며 극찬했다. 이에 대해 정려원은 “현장에서도 그 말을 하길래 ‘누구한테나 그런 말하지?’라고 했는데 현민이가 ‘누나 진짜야’라고 말하더라. 현민이가 워낙 성격이 둥글고 모난 부분이 없다. 어떤 배우든 상대배우로 좋아하고 행복하게 촬영할 것 같다.”

‘마녀의 법정’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성하면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종영했다. 이에 곧 있을 KBS연기대상에서 어떤 상이든 수상을 점치는 분위기다. “올해 KBS에서 잘 된 드라마가 많았다. KBS에서는 장르별로 통합해서 상을 준다더라. 이번에 ‘여아부’ 식구들을 일단 다 초대해주신다고 했다. 다들 즐기는 분위기로 있을 예정이다. 굳이 바란다면 인기상을 받고 싶다. 최우수상은 받아봤는데 아직 인기상을 한 번도 못 받아봤다. ‘너는 인기가 많아’라는 걸 상으로 느껴보고 싶다.”

‘마녀의 법정’은 사회적 메시지가 탁월하면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 덕에 ‘웰메이드 드라마’라 평가 받았다. 시즌2를 원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하자 “시즌 2가 나온다면 배우들이 다 같이 참여한다고 했다. 그래주기를 바란다. 작가님은 아직 생각해 보겠다고 하셨다. 아마 이번 드라마 대본을 3년간의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철저하게 쓰셨던 거라 완성도 때문에 아직 확답을 주시진 않았던 것 같다. 이듬이를 그냥 보내기는 너무 아깝다.”

이번 드라마에 유독 애정이 많았던 정려원은 가장 크게 남은 것으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긴 것 같다고 털어놨다. “내가 이걸 어떻게 할까 생각했는데, 막상 하고 나니 나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방 신에서도 나 혼자 뛰는 게 힘들까봐 다른 배우들이 카메라에 안 걸리는 대도 열심히 같이 뛰어줬다. ‘마녀의 법정’을 하면서 겁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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