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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기획:역사소재영화②] ‘택시운전사’·‘1987’...文정부에 ‘광장’ 메시지 봇물

‘역사’는 한국영화에서 결코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매력적인 소재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피고름 터졌던 한반도의 설움, 분단국가 이후의 이념대립, 국내의 독재와 위선 정치 등 한 많은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이 조각의 사건들은 그대로, 혹은 팩션(fact+fiction)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올해 또한 역사소재의 영화들이 상당수 개봉했고, 관객들의 관심과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더 킹’ ‘보통사람’ ‘1987’ ‘눈길’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아이 캔 스피크’ ‘대립군’ ‘박열’ ‘군함도’ ‘대장 김창수’ ‘남한산성’ 등이 화제의 작품으로 떠올랐다. 이 가운데 올해 박스오피스 상위 10위 내의 작품으로 1위 ‘택시운전사’(약 1218만 명, 이하 영진위), 5위 ‘군함도’(약 659만 명), 7위 ‘더 킹’(약 531만 명) 세 작품이 올랐다.

체감상 올해 특히 흥행작이 많은 것 같지만 최근 10여 년간 역사소재의 작품 흥행 추이를 보면, 관련 소재의 영화들이 부쩍 많이 제작되고 크게 관심을 얻은 것은 약 3년 전부터다. 그 이전에는 2004년에는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가 그 해 박스오피스에서 각각 1위와 9위에 오르며 ‘천만관객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2005년에는 ‘웰컴 투 동막골’이 흥행 1위, 2006년 ‘왕의 남자’가 2위, 2007년에는 ‘화려한 휴가’가 3위, 2009년에는 ‘쌍화점’이 9위, 2010년에는 ‘포화속으로’가 8위, 2011년에는 ‘최종병기 활’이 2위로 한 해당 한 작품씩 역사소재 영화가 사랑 받으며 상위권을 기록했다. 2012년에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2위,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가 8위, 2013년에는 ‘관상’이 3위, ‘변호인’이 7위로 두 작품씩 이름을 올리면서 서서히 흥행비중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4년에는 1위 ‘명량’, 6위 ‘변호인’(2013년 흥행순위와 별개), 7위 ‘국제시장’으로 세 작품이 흥행 축포를 터뜨리면서 해당 소재가 관객들에게 호소력이 있음을 뚜렷이 입증했다. 이때는 2004년 이후로 10년 만에 역사소재의 영화 두 작품 ‘명량’과 ‘변호인’이 천만 관객수를 돌파한 해였다. 2015년에는 2위 ‘암살’, 4위 ‘국제시장’(2014년 흥행순위와 별개), 6위 ‘사도’, 9위 ‘연평해전’으로 네 작품까지 흥행작이 늘어났고, ‘암살’과 ‘국제시장’이 천만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4위 ‘밀정’, 6위 ‘인천상륙작전’, 9위 ‘덕혜옹주’로 세 작품이 흥행대열에 합류했다.

근 4년간 증가추세인 가운데, 올해 역사소재의 영화가 흥행작 수에서 지난해와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올해는 유독 이 같은 영화들이 지속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과거에는 이야기들이 그저 개별 사건으로 비춰지는 느낌이었다면, 근래 개봉한 영화들은 현실을 직접적으로 관통하는 성향이 강해졌다. 올해 개봉한 ‘대립군’, ‘남한산성’은 국가 수장의 올바른 역할을 깊이 고민케 했다. ‘택시운전사’, ‘군함도’, ‘1987’은 민족의 단결, 민중의 힘을 강조하며 연 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비롯된 국민들의 광화문 촛불집회를 연상케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올 한 해 광화문 촛불집회 등 광장의 힘이 대중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영화에서도 민중의 힘을 강조하는 부분들이 눈에 띄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바뀐 시대와 정권을 보면서 최종 편집 방향을 정한 건지는 단정 내리기 힘들다. 다만 그런 민중의 힘을 강조한 영화들 중 흥행에 실패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관객들에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얼마나 힘 있게 다가가느냐에 따라 관객들이 느끼는 건 다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역사소재가 곧 현실을 비추는 탓에 어떤 성향의 정권이 시대를 대표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메시지와 개봉, 흥행의 유무가 직접적인 연관성을 띠게 된다. 올해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바뀐 뒤 MB정권부터 문화계 블랙리스트 압박으로 움츠러들었던 이들이 영화를 통해 제 목소리를 내게 됐다.



이러한 현상에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라는 게 1년 만에 준비해서 ‘뚝딱’ 나오는 분야는 아니다. 3년 가까이 준비해온 작품도 많고 그보다 더 오랜 기간 준비해온 작품도 많다. 이번에 정권이 바뀔 것을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역사소재 영화가 나오는 것에 국민들이 체감하고 반응하는 게 달라지는 것 같다. 물론 정권 변화 시점 거기에 맞춰서 개봉시기를 잡은 작품도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에 정권이 바뀌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역사소재 영화 관련 제작 아이디어를 낼 수도 있고, 이미 초안이 나왔던 역사 소재 영화에 더 속도에 박차를 가할 수도 있겠다. 영화 트렌드는 바뀐 정권의 평가가 점차 드러나는 내년의 추이까지 지켜봐야 보다 정확한 평가가 나올 듯하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역사소재 영화의 개봉 활성화로 “올 한해 역사소재 영화 중 크게 흥행한 작품은 ‘택시운전사’, ‘박열’, ‘아이 캔 스피크’ 정도가 있다. ‘1987’은 아직 개봉전이니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다. 1980년대를 다룬 ‘택시운전사’에 이어 ‘1987’이 천만이나 그 가까이 간다면 내년에 비슷하거나 또 다른 역사소재 영화가 더 봇물을 이룰지도 모르겠다”고 전망했다.



한편 해당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한 순간의 왜곡으로 유족에 2차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 관계자는 제작의 유의점으로 “역사를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엄청난 위험부담이 따른다. 특히 ‘택시운전사’과 ‘1987’은 불과 30년도 지나지 않은 역사를 다뤘다. 유족들이 살아있는 경우도 많기에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세세한 것 하나 하나 더 공부를 해야 하고 그들의 역사가 왜곡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그런 제작진과 배우들의 노력과 진심이 통했을 때 감동의 울림이 커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풀어내야 할 역사적 숙제는 많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일련의 사건을 거친 대한민국 관객들의 이 같은 갈망은 한층 커졌다. ‘할 말을 할 수 있게 된’ 지금의 영화계에서 내년에는 또 어떤 영화가 통렬한 메시지로 과거와 현재를 비출까. 역사소재 작품이 가지는 임무가 막중해졌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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