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선물은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28일(현지시간) 장중에서 배럴당 60.16달러까지 오르며 지난 2015년 6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WTI 2월물은 앞서 지난 26일에도 리비아 송유관 폭파 소식에 장중에서 60달러를 넘긴 바 있다. 런던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2월 선물은 한 주간 배럴당 66~67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올 봄만 해도 배럴 당 50달러를 밑돌았던 국제유가가 이처럼 상승하고 있는 것은 내년 경기 회복 전망에 전망에 따라 상품 랠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구리 선물이 4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원자재가 전반이 오르면서 유가 지지 여력을 높이고 있다. 내년 경제 성장률이 최근 잇따른 수정 전망 속에 높아지고 있는 것도 유가 강세에 힘을 보태는 원인이다.
여기에 산유국인 리비아의 송유관이 무장괴한의 습격으로 폭발하면서 리비아 원유 생산이 전체 산유량의 10% 내외로 추정되는 하루 7만~10만배럴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촉매제로 더해졌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 최악의 한파가 불어닥치며 난방유 가격이 크게 오른 점과 이에 따른 미국의 재고 감소 전망도 오름세에 힘을 보탰다.
외신들은 지난 1년여 동안 어떤 중동 발 악재에도 꿈쩍 않던 유가가 연말 들어 리비아 사태를 빌미로 2년 반 최고치인 60달러 대를 잇달아 돌파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내년 일 1,000만 배럴로 전망되는 미국의 셰일 생산 등이 더해지며 산유국들의 감산 흐름에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왔다. 하지만 미국 셰일 원유로 영국 브렌트유 대비 저평가를 이어 온 WTI 가격이 모처럼 반등하며 브렌트유와 격차를 좁히는 등 최근 들어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외신들은 유가가 지난 2년여의 약세 구도에서 벗어나 향후 수년간의 상승 기조로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 26일 사우디 정부는 오는 2023년까지 원유 수입이 80% 증가할 것이라며 중장기 원유 상승에 무게를 실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35개 주요 투자은행들의 전망을 집계해 브렌트유 중간값이 배럴 당 56.25달러에 달할 것이라 전망했다. 연중 중간값이 60달러에 육박한다면 최저 가격이 40달러 대 이하로 폭락할 확률은 낮아지고 최고 가격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세계은행(WB)도 내년 원자재 가격 전망에서 국제유가 평균 가격이 내년에 배럴당 56달러로 올해(53달러)보다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블룸버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미국 내 신규 시추공에서 나오는 셰일원유와 가스 생산량이 미 에너지정보청(EIA) 전망치보다 10% 이상 적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유가가 한 달 여 테스트해온 2년 반 최고치(59달러선)를 돌파했다”며 “앞으로 시장은 배럴당 66달러 선인 3년 최고치 경신 여부에 시선을 모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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