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미래는 ‘블록체인’이 몰고 올 변화에 좌우될 겁니다.”
미국의 3대 자산운용사로 2조7,000억달러(약 3,00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스테이트스트리트자산운용(SSGA)의 사이러스 타라포레발라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있는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강조하며 “비트코인은 투자 대상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을 심도 있게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기술의 부상과 그에 따른 미래의 변화는 2018년을 맞은 글로벌 금융사들에 가장 큰 도전 과제 중 하나다. 타라포레발라 CEO는 특히 인공지능(AI) 기술과 빅데이터 등에 대해 “잘못 사용하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분명한 만큼 AI를 균형 잡힌 방식으로 사용하는 시스템 구축에 힘써야 한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과 국가가 맞게 된 가장 큰 도전은 사람에 대한 ‘재교육(retraining)’”이라고 단언했다.
-비트코인을 위시한 가상화폐 열풍이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비트코인 투자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접근하고 있는가.
△현재까지는 비트코인을 투자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지만 비트코인의 가치가 무엇인지, 비트코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심도 있게 진행하고 있다. 오늘날 일상적으로 비트코인을 쓰고 있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를 투자 자산으로 고려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지금 비트코인을 분명히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은 매우 강력하다고 본다. 미래 금융에서 블록체인은 압도적으로 여러 방면에서 활용될 것이다. 사내 기술그룹과 전문가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다방면으로 연구하면서 이와 관련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연구가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산업 전반에 변화와 혁신을 몰고 오면서 자산운용사 등 금융 업계도 이들 기술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스테이트스트리트그룹 전사 차원에서 AI나 머신러닝 기술은 국경을 넘어 고객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적극 활용되고 있다. 다만 AI 기술을 실제 투자 결정에 활용할 때는 ‘빅데이터가 큰 잡음(big noise)이 될 수 있다’는 명제를 항상 새긴다. 투자그룹마다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지만 데이터가 실제로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밝히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가급적 미세한 사안들에는 집착하지 않는 편이다.
-AI 활용에 따른 부작용을 상당히 경계하는 것으로 들리는데.
△근본적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빨리 처리하면서 일해야 한다고 보지만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데 있어 빅데이터의 유용성은 일시적일 수 있음을 간과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AI나 빅데이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또 잘못 사용하면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명약관화하다. 기술혁신은 편리하고 여러 가지 역할을 대체할 수 있지만 혼란도 야기한다. 우리는 절대적으로 AI 기술을 균형 잡힌 방식으로 사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자산운용 업계에 ‘로보어드바이저(로봇+펀드매니저)’가 확산되는 것처럼 AI가 발달할수록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다른 회사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면서 고용을 줄이지 않았다. 컴퓨터와 로봇에 투자 판단을 온전히 맡길 수는 없고 참고로 활용하는 측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이 대체하는 부분이 있지만 또 새로운 기회와 역할을 창출해내고 있다. 신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는 요즘 시대에 기업과 국가가 마주한 가장 큰 도전은 ‘재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화제를 바꿔 2018년 경제 전망을 보면 월가에서는 장밋빛 예측이 대부분이다. 올해 경제에 문제는 없겠는가.
△새해에도 주식 등 위험자산이 긍정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는 아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볼 수 없었던 전 세계적인 동시 성장세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물론 투자자들에게 위험이나 장애물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특히 증시는 ‘걱정의 벽(wall of worry)’을 타고 오르는 법이다. 투자를 하면서 아무런 걱정 없이 상승장을 맞는 법은 없다.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경제적 이슈는 무엇인가.
△자산 시장이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이다. 연준의 금리 결정에 따라 빠른 물가 상승 등 경기 과열이 일어날 수도 있고 경기가 재차 둔화할 수도 있다. 연준의 정책 방향을 잘 파악하려면 낮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견조한 고용 시장과 임금 상승세 속에 얼마나 회복되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아울러 지정학적 리스크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데 이에 대비하기가 어렵다는 한계 또한 분명하다.
-지난해 지정학적 리스크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기가 중요하게 대두됐다. 북핵 리스크의 영향과 그것이 한국 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북핵 문제에 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므로 어디까지나 투자자 입장의 평가로 들어주기 바란다. 지정학적 위험 속에 투자를 어떻게 결정할지는 그것이 북핵이 아닌 이란 문제라도 매우 힘든 일이다. 우리는 북핵 문제가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극히 낮은 확률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어떤 것도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 역시 명백하다. 결국 아주 위험한 기회일 수밖에 없고,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지가 강한 만큼 한반도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갖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며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 경제에는 매우 낮은 확률의 치명적 위협이 도사리는 동시에 매우 가능성이 크고 긍정적인 기회들이 많이 있다고 평가한다. 당장 한국에서 개인 고객들을 상대로 상품을 판매할 계획은 없지만 기관투자가나 한국의 자산운용사들과의 제휴를 늘려 아시아 시장에서 성장의 기회로 삼을 것이다.
-한국 경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중국·일본과의 경쟁에서도 더 잘해나가려면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하겠는가.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상당하다.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내려면 어떤 나라든 중소기업이 강하고 계속 성장해야 한다. 정치적 안정은 또 다른 중요한 부분으로 보이는데 내가 조언을 할 만큼 알지는 못한다. 외국인의 한국 투자를 좀 더 쉽게 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투자 비법이 있다면 알려달라.
△일찍 시작해서 오랫동안 투자해라. 인생에서 일찍 투자를 시작할수록 그 차이는 나중에 엄청나게 커진다. 그리고 트레이딩을 투자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주식을 사고팔고 이 시장 저 시장 들락거리는 것은 투자가 아니고 투기일 뿐이다. 투자 목표는 단순하게 잡고 투자 전문가에게 맡겨서 꼭 장기 투자를 하기 바란다. /보스턴=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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