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삼성전자(005930)의 상승세가 환율에 발목이 잡혔다. 여전히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에서 최근 곤두박질치고 있는 환율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4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05% 하락한 255만4,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의 하락은 환율이 생각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같은 초우량 기업은 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내놓고 있지만 환율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다. 김재홍 신영증권 센터장은 “전날 뉴욕증시의 주요 3대 지수는 기술주 강세 등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삼성전자의 하락은 업황에 대한 우려보다는 최근 들어 떨어지고 있는 환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새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1,061원20전에 거래를 마쳤다. 1,060원대 환율은 장중 저가 기준으로 2015년 4월30일(달러당 1,068원) 이후 처음이다. 장중 전저점인 달러당 1,066원60전(2015년 4월29일)도 하향 돌파했다. 종가 기준으로도 달러당 1,055원50전(2014년 10월30일) 이후 가장 낮아 3년 2개월 만의 최저 수준의 환율을 보이고 있다.
환율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지난해 삼성전자 ‘사자’에 나섰던 기관들도 삼성전자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기관들의 매도세에 2일부터 3일까지 삼성전자는 기관 순매도 종목 1위에 올랐다. 이 기간 기관들은 삼성전자 주식 1,829억원어치를 팔았다. 원화 강세 지속에 증권사들도 삼성전자 실적을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1,060원대까지 하락한 상황을 반영해 2018년 연평균 환율 가정치를 1,110원에서 1,075원으로 약 3% 하향 조정한다”며 “이 같은 변수 등을 반영해 2018년 예상 실적을 매출 277조8,000억원에서 262조7,00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67조3,000억원에서 64조7,000억원으로 4~5%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반도체 고점 논란으로 떠났던 외국인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고 반도체 호황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 주가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 연구원은 “제한적인 공급증가 여력과 안정적인 서버·데이터센터 수요를 감안할 때 D램 수급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고 낸드 상황도 우려할 만한 정도는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며 “삼성전자의 EPS 증가율과 연평균 주가변화율 사이의 관계를 고려하면 올해 삼성전자의 연평균 주가 상승률은 대략 19%로 계산된다”고 설명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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