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 신부의 주선으로 한국에 유학 온 토마스 타반 아콧(33) 씨가 15일 꿈에 그리던 의대를 졸업했다.
토마스 씨는 이날 오후 부산 부산진구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강당에서 열린 제34회 학위수여식에서 진행된 히포크라테스 선서식 및 동창회 입회식에 참여했다.
그는 “아직도 졸업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힘든 한국어를 배우고 의대 수업을 따라가는 게 정말 어려웠지만 이태석 신부님을 생각하며 공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믿고 한국에 오게 해준 이태석 신부님에게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전문의 과정이 몹시 어렵고 힘들겠지만 이 신부님이 가신 길을 따른다는 마음으로 꼭 훌륭한 외과 전문의로 남수단에 돌아가 어려운 사람들을 치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토마스 씨와 이 신부의 인연은 17년 전에 시작됐다. 당시 10대 학생이었던 토마스 씨는 이 신부가 톤즈에서 미사를 봉헌할 때 신부를 돕는 복사를 맡았다.
당시 이 신부는 자신을 본보기로 삼아 의사가 돼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돕고 싶어 했던 톤즈 현지 학생인 토마스 씨와 존 마옌 루벤(31) 씨를 눈여겨보고 수단어린이장학회와 국내외 후원자들에게 편지를 썼다.
두 학생은 2009년 12월 국내에 입국해 2년 동안 연세대 한국어학당과 중원대학교에서 한국어 공부에 매달린 끝에 한국어 능력 시험 5급까지 취득했다.
이어 2012년 나란히 인제의대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인제의대 3회 졸업생인 이 신부의 발자취를 따라 의사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이종태 인제대 의과대학장은 “이 신부가 남수단의 두 학생을 맡기며 훌륭한 의사로 성장시켜 달라고 부탁했을 때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지만 영광스럽게 받아들였다”며 “앞으로 이 신부의 고귀한 유업을 이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장인 백광현 신부는 “처음 의대에 입학했을 때 걱정이 된 게 사실이지만 잘할 것이라고 믿었다”며 “학위수여식에 선 모습을 보니 너무 자랑스럽다”고 환하게 웃었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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