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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살기힘든 세상에 분 가상화폐 광풍

김민형 사회부 차장





“동물적 본능이죠.”

최근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했다는 한 지인에게 투자전략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그는 “그동안 한 종류의 가상화폐에만 투자했는데 얼마 전 분산투자해 이틀 만에 20% 수익을 냈다”며 “앞으로 좀 더 동물적 본능을 키워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얼마 전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해 단체 카톡방에도 가입했다”고 전했다.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방에서 ‘비트코인’을 검색해봤다. 몇 개인지 세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채팅방이 떴다. 오픈 채팅방은 누구나 들어와 이야기하다가 빠져나갈 수 있는 채팅방이다. 방별로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까지 활동하고 있었다. 한 단톡방에 들어갔다. 올라오는 글들은 “미치겠습니다” ”탈출하고 싶어요” “조금만 더 버티세요” 같은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가상화폐 관련 뉴스가 그나마 ‘정보’로 올라왔다. 실제 투자정보를 얻기보다 가상화폐에 투자자들이 감정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보였다.

“이번 생은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죠.”



국내 증권사에서 투자컨설팅을 맡고 있는 한 취재원은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성향을 이렇게 정의했다. “일확천금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가상화폐라고 보는 거죠. 정상적으로 저축하거나 투자해서는 계급 상승이 어렵다고 보는 겁니다. 가상화폐 투자는 그들의 탈출구 같은 것”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다소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정상적으로 돈을 벌고 합리적으로 투자해서는 미래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절망이 가져온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가상화폐는 투자 대상으로 보면 형편없다. 투자자들 간 정보의 불균형은 말할 것도 없고 합리적으로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재료들도 거의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 정부는 강력한 규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자금줄을 막는 시장이 성장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가상화폐에 열광하는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가상화폐의 미래를 논하는 경제적 접근보다 사회적 분석이 더 적합해 보인다. 사상 최고치에 이른 청년실업률,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서는 집 한 채 사기 힘든 현실, 상대적 빈곤의 무게가 어느 사회보다 무거운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이상 현상으로 보인다. 팍팍한 현실 때문에 연애도 결혼도 취업도 포기하는 청년들이 넘쳐난다. 그들이 이번 생에 기대하는 마지막 비상구 같은 것이 가상화폐 투자라면 너무 많이 간 말일까.

투기성 짙은 가상화폐 광풍을 멈추게 하려면 정부의 대증요법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왜 유독 ‘김치 프리미엄’까지 붙으면서 한국에서 광풍이 불고 있는지도 함께 되돌아봐야 한다.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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