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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재건축 연한 40년으로 연장-찬성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이익 회수 기간 늘어 투기수요 잡힐 것

치솟는 서울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아파트 재건축 허용 연한을 40년으로 다시 늘리는 방안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8일 특정지역 과열이 심화·확산할 조짐이 나타날 경우 추가대책을 검토할 것이라며 그중 하나로 재건축 허용 연한을 현행 30년에서 40년으로 되돌리고 안전진단 요건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1987년 이전 지어져 재건축 가능 연한인 ‘준공 후 30년’을 채운 아파트 단지는 서울에만 463곳, 20만여가구에 이르고 그 절반 이상이 강남 4구에 몰려 있다. 연한 기준 강화 찬성 측은 사실상 안정성 문제가 없어도 불로소득만을 노린 재건축으로 사회적 자원을 낭비하는 문제가 있고 강남 재건축의 투기수요를 억제하려면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새 아파트를 더욱 줄이는 역효과로 강남지역 가격상승에 기름을 끼얹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좋은 주거환경이 서울 강남 주택에 대한 높은 선호(수요)의 까닭이 됨은 사실이다. 하지만 극소수만 살 수 있는 강남주택의 초고가화는 ‘공급부족, 수요초과’라는 교과서적 요인으로 온전히 설명될 수 없다. 2014년 전까지 ‘강남 리모델링’ ‘강북 재개발’이라는 등식이 나올 정도로 천하의 강남 재건축도 맥을 추지 못한 적이 있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재건축의 사업성 부족, 즉 ‘돈’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재건축의 대안으로 리모델링의 제도화를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곧 무용지물이 됐다. 2014년 9·1대책을 통해 ‘재건축 가능 연한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소형평수 비율 의무폐지 및 연면적 기준 완화’ 등의 조치에 의해 재건축 시장이 빠르게 살아났기 때문이었다.

물론 대책 하나로 재건축 시장이 살아난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부동산시장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했고 2014년 초이노믹스라는 이름의 양적 완화 일환으로 내놓은 전방위적 부양책은 그 백미였다. 이 패키지에 포함돼 있기도 했지만 재건축 규제 완화는 이와 별도로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재건축 안전진단 간소화, 재건축 후분양제 폐지, 조합원 전매제한 폐지, 소형주택 의무비율 완화, 재건축 용적률 상향, 조합원지위 양도제한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유예, 분양가상한제 신축운영 등이 그러하다. 2014년 재건축 연한 단축은 그 대미가 됐다. 반복된 재건축 규제 완화의 끝은 ‘사업성 증대’, 즉 재건축을 돈이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최장 40년을 적용하던 재건축 가능 연한을 30년으로 단축함으로써 1987~1991년 준공된 약 61만가구가 수혜를 받게 됐다. 연한 단축만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단번에 수천만원이 뛰었다. 연한 단축으로 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값이 떨어져야 하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재건축 아파트 값이 날개를 단 것은 시장주의자들이 말하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의한 것이 아니다. 보수정부에서 반복적으로 이뤄진 부동산규제 완화에 의해 부풀려진 재건축의 사업성 조건과 부추겨진 재건축의 ‘가수요 혹은 투기적 수요’ 조건이 맞물리면서 생겨난 결과다. 지금의 재건축가격 상승은 이러한 메커니즘에 의한 것이다. 재건축 가능 연한의 단축은 투기적 재화로서 아파트의 상품성을 높여주면서 동시에 상품재고의 회전율(turn over)을 높여 더 많은 투기적 이익을 만들어준다.

재건축 가능 연한을 10년 늘리는 것은 투기적 재화가 된 재건축 아파트가 시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줄여주고 이익을 회수하는 기간이 늘어나 재건축의 투기적 매력을 그만큼 줄게 한다. 물론 연한 확대만으로 현재와 같은 재건축 시장 열기를 잠재울 수 없다. 40년으로 늘린다는 것은 2014년 재건축 규제 완화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재건축 가능 연한의 연장과 함께 재건축 용적률 강화, 임대주택공급의 의무화, 소형평수 공급의 비중확대, 분양가상한제 등과 같은 조치가 함께 실시돼야 한다. 재건축을 과도하게 돈이 되도록 만든 규제 완화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때 재건축의 투기화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 이는 차제에 도시계획을 포함한 재건축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재건축 가능 연한 확대의 진정한 의미는 재건축의 남용을 막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정비대상이 되는 공동주택의 평균수명은 20년에 불과하다. 돈이 된다는 이유로 멀쩡한 집을 여러 구실을 붙여 허물어 새로 짓고 이를 통해 막대한 불로소득을 챙기도록 허용하는 게 현행 재건축 제도의 특징이다. 주택의 과소비를 이렇게 제도적으로 부추기는 나라가 없다. 영국에서는 주택수명이 100년에 가깝다. 주택을 그만큼 오래 사용하고 이를 통해 주거의 장기적 안정을 기하며 또한 주거공동체의 지속성이 담보된다는 뜻이다. 노후 주거시설의 개선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지금과 같이 ‘돈 놓고 돈 먹기’하는 재건축 방식만이 답은 아니다.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른 1대1 재건축, 근린형 도시재생, 리모델링, 소단위 자율정비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이 가운데 재건축 연한 연장은 재건축의 투기화를 예방하는 방법의 하나가 되기에 충분해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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