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여도’에서 단종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미치광이 행세를 하는 이성 역을 맡아 자신의 온 몸, 정신, 호흡, 눈빛, 발성, 액팅을 보여줘야 하는 송승현은 “하루에 2회 공연하는 날은 정말 우울증이 올 지경이다”고 털어놨다.
밴드 FT아일랜드의 멤버 송승현이 연극 ‘여도’(연출 김도현)로 첫 연기에 도전했다. ‘여도’는 조선 6대 임금인 단종의 과거 시점과 그의 숙부이자 조선 7대 임금인 세조의 현재 시점을 오가며 단종 죽음의 실마리를 파헤치는 추리 사극이다. 송승현은 B.A.P 힘찬, 신민수와 함께 ‘이성’ 역에 트리플 캐스팅 됐다.
송승현은 현명하게 ‘이성’이란 인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극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이성’으로 장전을 한 뒤, 커튼콜에서 바로 웃으면서 ‘이성’을 잠시 내려 놓는 것.
“잘 벗어나는 것도 배우에겐 필요한 것 같다. 사실 몇 달간 ‘이성’으로 메소드 연기를 하면 힘이 들어 우울증이 올 것 같더라. 슬픈 노래만 들어도 우울해질 지경이었으니까. 하루에 2회 공연을 하는 날은 정말 우울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것보다 ‘이성’의 내면이 힘들었다.”
“그래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로 했다. 공연 들어가기 전에 거울을 보고 들어간다. 입이랑 얼굴을 풀 면서 웃고 들어간다. 그렇게 웃으면서 시동을 건 다음에 2시간 동안 ‘이성’으로 산다. 커튼콜 때 인사하면서 모든 걸 내려놓으면서 다시 저로 돌아간다.”
송승현은 ‘여도’를 함께 공연중인 양창환 배우에게 감사함을 전하기도. ‘지금 이 순간 넌 이성이야’란 선배의 한 마디가 배우의 틀을 깰 수 있게 도와줬다고 한다.
“양창환 선배님에게 감사하다. 배우가 집중이 안 될 때도 있고, 연기가 안 될 때도 있지 않나. 그럴 때마다 왜 이렇게 몰입이 안 되지? 고민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배님이 ‘필요 없어. 넌 지금 이순간 이성이야. 뭘 해도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이성인데 어떤 정해진 틀에서만 연기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하신 거다. 그 틀을 생각할수록 관객들이 몰입이 깨진다는 걸 알았다. 선배님의 한마디로 그 틀을 벗어날 수 있었다.”
최근엔 AOA 설현이 연극 ‘여도’ 공연장을 찾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설현 역시 영화 ‘강남1980’, ‘살인자의 기억법’, ‘안시성’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번 연극 관람은 소속사 선배인 송승현의 초대로 이뤄졌다. 직접 연극을 관람한 설현은 송승현의 연기에 놀랐을 정도.
“예뻐하는 후배라 직접 초대를 했다.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생각보다 광증 연기가 너무 좋아서 놀랐다고 하더라. 제가 연기 하는 걸 처음 봤대요. 처음 봤겠죠. 보여줄 게 없으니까요. 사실 바쁘면 부담되니까 오지 말라고 했다. ‘설현님이 여유 있으실 때 편하게 놀러오세요’라고. 저랑 입지가 다른 분이잖아요.(웃음)전 더 조그마한 음지에서 실력을 쌓고 싶어요. 설현씨가 직접 관람해줘서 너무 고맙고 감사하죠.”
FT아일랜드 멤버들은 아직 공연을 관람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막공 때 온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연극 관계자들이 ‘여도’ 속 송승현의 연기를 보고 갔다는 후문이다.
“연극 관계자분들이랑 피디님들이 많이 오셨다고 들었어요. 제가 모르게 보고 가셨는데, 이성 연기를 주의 깊게 또 인상 깊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했죠. 좋은 기회가 생겨서 연기를 쉬지 않고 해 나갔으면 해요. 이 호흡을 유지하면서 다른 작품도 하면서 배우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송승현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면서 추천하고 싶은 연극이 생겼다. 바로 박근형 연출의 ‘청춘예찬’ 이다. 그의 뜨거웠던 청춘의 온도와도 닮아있었다. 우연의 일치로 다른 배우에게도 ‘청춘예찬과 어울리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청춘예찬’이란 작품을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제 나이가 20대라 아직 어리다고 하는데, 지금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배우에 대한 마인드, 열정, 배우에 대한 가치도 그렇고, 배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항상 준비를 해 나가고 싶어요. 좋은 작품이 오게 되면 배우는 항상 깨우치는 게 당연해요. 전혀 또 다른 걸 맞닥뜨리면서 멘붕이 오기도 하겠지만 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요.”
송승현의 모토는 ‘뭐든지 때가 있다’이다. 때가 돼서 자신에게 온 기회는 목숨 걸고 잡는 편이다. 그리고 나선 열정만이 아닌 모든 사람이 인정할 수 있을 만큼 버티고 이겨낸다.
“4년간 연기를 쉴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뭐든지 때가 있다는 걸 알기에 그걸로 위안을 했어요. 제가 4년간 기회가 안 왔을 때도 연기수업을 빠지지 않았어요. 연기에 대한 호흡을 놓기 싫었거든요. 힘들 때 홀로 고민하기 보단, 주변에 기대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친구,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배우 자신부터 건강해야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잖아요. 그건 진짜 맞는 것 같아요. 더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그는 영화 오디션 볼 기회 역시 기다리고 있다. 뮤지컬 쪽 도전은 자제 중이란다. “옥주현씨처럼 노래 실력이 있어서 될 게 아니라면 연기 하나를 열심히 파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지만, 그의 꿈은 명확했다. “연기에서 연기로 끝낼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좋은 배우의 기운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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