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그동안 정권의 주요 치적 중 하나였던 증시 호황이 갑작스레 꺾이자 당황한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세제개편안 통과로 대규모 정부채 발행이 불가피한 연방정부에 구두 개입 외에는 꺼낼 카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경제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며 시장 진정시키기에 나섰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주식시장 과열을 부추겼다며 구두 개입을 중단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 백악관은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주요 지수의 폭락이 이어지자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집중하고 있다”며 “굳건한 경제성장, 역사적인 저실업, 임금 상승 등으로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예외적으로 튼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구두 개입 외에 마땅히 없는 게 현실이다. 당장 지난해 대규모 세제 감면으로 세수가 부족해진 가운데 인프라 투자 공약을 이행하려면 대규모 정부채 발행이 불가피한데 이 경우 시장 금리가 추가 상승하면서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추가 하락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백악관의 구두 개입에 대한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와 각종 연설에서 세제개편안 등 자신의 친기업 정책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고 홍보한 것이 시장 과열을 추동한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미 자산운용사인 커먼웰스파이낸스네트워크의 브래드 맥밀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경제 기초체력 상황만큼 주가가 오른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지나친 자신감이 주가를 견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정부가 당장 오는 8일 돌아오는 연방정부 예산안 시한을 앞두고 셧다운(부분 업무 정지) 사태부터 예방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세제 개혁으로 정부 기금 고갈 예상 시점이 4월에서 3월 초로 당겨진 만큼 이 기회에 의회에 부채 상한 기준 조정까지 마무리 짓는다면 시장의 불안을 어느 정도 불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셧다운이 반복될 경우 금융시장에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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