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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용' 윤이상 23년 만에 '귀향'…베를린 시장 승인

통영국제음악당·통영시 밝혀…3월 전 이장될 듯

베를린시 윤이상 선생 묘소/연합뉴스




독일 베를린시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묘소 이장을 공식 승인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9일 통영국제음악당에 따르면 최근 미하엘 뮐러 베를린시장은 가토우 공원묘지에 묻힌 윤 선생 유해를 한국으로 이장하는 것을 승인하고 관련 절차를 밟도록 지시하는 공문에 결재했다. 해당 공문은 외교부를 통해 설 연휴 전후로 통영시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통영음악당 관계자는 “윤 선생 묘소 이장과 관련해 베를린시 관계자와 통화하던 중 미하엘 시장이 승인공문에 결재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설 연휴가 지나면 통영시도 베를린시가 보낸 공문을 받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생 유해가 국내로 들어온다면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이장식을 준비할 계획”이라며 “기념 공연 등 음악당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도 찾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영시 관계자는 “독일 측 승인이 떨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공문을 받으면 곧장 이장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며 “다만 국외에서 유해를 들여오는 것이기 때문에 외교부 협조 등을 구해야 해 구체적인 일시를 못 박을 순 없으나 늦어도 2월 말이면 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시는 독일로부터 공문을 받는 대로 관계기관과 일정을 조율해 이장 날짜를 발표하고 윤 선생 유족 등과 협의를 거쳐 묘소 이장 관련 역할을 분담할 예정이다. 통영시와 유족 등은 ‘통영 바다를 다시 보고 싶다’는 선생의 생전의 뜻에 따라 통영국제음악당 앞 언덕이나 윤이상 기념관 등을 새 묘소 터로 염두에 두고 있다. 윤 선생을 기리는 차원에서 매년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의 올해 주제는 ‘귀향’이라 묘소 이장과 시기가 맞는다.

윤 선생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현대 음악가다. 독일 등 유럽의 권위 있는 평론가나 방송들에 의해 ‘20세기의 중요 작곡가 56인’, ‘유럽에 현존하는 5대 작곡가’, ‘20세기 가장 중요한 작곡가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1967년 독일 유학 중 귀국했다가 ‘동백림 간첩단 조작 사건’에 휘말려 대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확정 받고 복역 중 1969년 석방돼 독일로 돌아간 뒤 1995년 숨을 거둘 때까지 한국을 방문하지 못했다.

1977년 루이제 린저와의 대담을 엮은 자서전 ‘상처받은 용’이 서울과 평양, 독일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때 독일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윤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기도 했다..

/박신영인턴기자 wtig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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