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LG전자(066570)가 사업을 시작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수익-성장-시장지배력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선순환 구조 구축에 집중하겠다.”(지난 1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자신감의 발로였을까. LG그룹 최초의 고졸 출신 사장에 이어 부회장으로 승진한 조 부회장이 LG전자 단독 경영 1년 만에 전무후무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 60조원 돌파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데 이어 연초부터 실적 전망을 밝게 하는 소식이 쏟아지는 중이다. 수익성 향상을 위한 조 부회장의 파괴적 혁신 노력이 조직 전체에 퍼져나간 덕분이란 분석으로, 증권가에선 올해 LG전자가 지난해 성적을 또 한 번 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2일 LG전자에 따르면 LG 올레드(OLED) TV가 지난달 국내에서 3분에 1대 꼴로 팔려나가며 월 판매량 1만4,000대를 처음 돌파했다. 지난해 1월 판매량이 5,000대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65형 이상 대형 올레드 TV의 판매 비중도 높아지면서 국내 TV 매출 중 지난해 25% 수준이었던 올레드 TV 비중은 올해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올레드 TV는 소비자에게 ‘화질이 뛰어나지만 너무 비싸서 못사는 TV’로 인식됐다. 2013년 55인치 올레드 TV 가격은 1,500만원에 달했을 정도. LCD TV 값의 5배가 넘었다. 이에 대해 조 부회장은 압도적 화질 우위를 유지하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라는 어려운 주문을 계속했다. LG전자 HE사업본부는 이를 위해 제조부터 마케팅에 이르는 전 단계를 재검토했고 결국 55인치 올레드 TV 가격을 200만원선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뼈를 깎는 비용 혁신과 생산성 향상으로 올레드 TV 가격이 경쟁사 프리미엄 LCD TV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가전 시장에서 TV·냉장고·세탁기 이상으로 중요해진 건조기·청소기 사업의 성공도 조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사업본부 경영진을 만나 ‘미스터(Mr) 현장’으로 불리는 조 부회장은 자신의 제품 후기를 임직원과 공유하며 품질부터 디자인까지 모두 챙겼다. 건조시간과 전기료를 획기적으로 줄인 트롬건조기 신제품의 경우 지난해 월 3만대 가량 팔려나가다가 올해는 월 5만대 수준으로 수직 상승했다.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은 출시 반년도 안돼서 압도적 1위던 다이슨을 위협할 수준이 됐다. 지난 1월 기준으로 코드제로 A9의 국내 무선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4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올해 TV와 가전을 중심으로 이 같은 사례가 늘며 실적도 또 한번 퀀텀점프할 것으로 예상한다. 조 부회장이 단독 CEO에 오르자마자 단행한 대대적 조직쇄신과 변화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이유에서다. 조 부회장은 초프리미엄 제품 ‘LG 시그니처’ 전담 조직을 CEO 직속으로 신설했고, 해외 영업망에서도 프리미엄 매장을 늘려왔다. 또 부품 활용도와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모듈화 작업을 회사 전체로 확대했다.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업계 1위의 전략을 따라 하기 보다 V30 등 ‘잘 나온’ 제품을 오래 끌고 가며 변화를 주자는 전략을 시도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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