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1만7,240㎞ 떨어진 남극 킹조지섬 세종과학기지. 가족·친지들과 떨어져 지구 남쪽 끝에 사는 31차 월동대원들에게 명절은 누구보다 특별하고 애틋한 날이다. 이번 설이 지나면 곧 남극의 혹독한 겨울이 다가오고 올해 12월31일까지 기지를 유지하는 일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극에서는 설 아침이면 모두 모여 한국 방향으로 차려놓은 합동 차례상에 절을 하고 가족들에게 안부 전화를 한다.
현재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있는 박하동 총무는 14일 “대원들은 모두 즐겁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며 “기지 대원들이 지구의 끝에서 ‘내일’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국민 여러분들도 몸과 마음 건강히 ‘내일’을 준비하기를 바란다”고 새해 인사를 전했다. 세종과학기지에서 설은 한국처럼 휴일이라 차례를 지낸 후에는 모두 개인 시간을 갖는다.
이들의 평소 생활은 어떨까. 남극세종과학기지의 아침을 여는 사람은 바로 남극의 셰프, 공민규 대원이다. 오전5시30분부터 100인분의 음식을 준비한다. 특별한 즐거움을 찾기가 어려운 기지 생활에서 음식은 매우 중요한 활력의 원천이다. 그래서 조리대원은 매번 식단에 대한 책임감과 스트레스가 크다.
아침 식사 이후 오전8시30분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회의 때는 홍순규 대장이 전 대원들을 모아놓고 지난 밤사이 본국이나 외국 기지에서 온 연락사항을 검토하거나 공유하고 당일 수행할 업무를 점검한다. 취재진이 머물렀던 1월27일 오전에는 채남이·김민철 박사팀과 함께 세종기지에서 남서쪽으로 4㎞가량 떨어진 KGL1포인트 연구 현장에 동행했다. 이들은 빙하가 후퇴한 이 지역에서 이산화탄소 방출량이 얼마나 늘었는지, 새로운 생명체들의 천이가 일어나는지 등을 연구했다.
업무를 마치는 시간은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대부분 오후5시쯤이다. 저녁 식사를 한 후에는 생활관 내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카드게임이나 당구 등을 즐기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본다. 오후7시30분에는 홍 대장과 간부들이 반장회의를 열어 다음날 일정을 체크한다. 대원들은 보통 오후11시면 취침에 들어가는데 예외인 대원들도 있다. 바로 당직 대원이다. 당직의 여러 가지 임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순찰이다. 정해진 시간에 따라 발전기는 과부하 없이 잘 돌아가는지, 화재 위험은 없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외국 기지와의 무전과 본국에서 오는 전화도 당직자가 받아서 처리한다. /남극 세종과학기지=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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