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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사람 다 팔았다" 다주택자 버티기 돌입...'매물잠김' 심화될듯

[양도세 중과 한달 앞 부동산 시장 어디로]

"더 이상 나올 다주택자 매물 없어" 처분 막바지

매도·매수 실종 거래공백 상반기까지 이어질듯

"서울 집값 상승세는 주춤하겠지만 강보합 유지"





양도소득세 중과세 시행을 한 달 앞두고 다주택자의 선택이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주택시장이 벌써 장기 거래 공백기로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8·2대책의 핵심인 양도세 중과 제도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도록 압박해 주택시장에 공급을 늘려 가격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내 집 마련 수요자들도 “4월까지 기다려보자”는 입장이었다.

지금까지 양도세 중과 정책은 기 주택 보유자들의 추가 수요를 차단하는 효과는 거뒀으나 일부 나온 다주택자 매물이 오히려 거래량 증가를 동반한 가격 상승을 이끌며 주택시장 안정 효과는 내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전문가들은 오는 4월 이후에도 서울과 수도권 요지의 부동산 시장은 공급과 수요 모두 움츠러들면서 거래공백 속 가격 보합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지금까지 집을 팔지도,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지도 않은 다주택자들은 장기간 버티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 ‘매물 잠김’ 현상과 거래절벽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더 이상 나올 다주택자 매물은 없어=28일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그동안 다주택자들은 매도, 임대주택 등록, 버티기, 증여 중에서 선택을 끝내 추가로 나올 다주택자 매물은 없는 상황이다.

4월1일 이후부터는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경우 2주택은 10%포인트, 3주택 이상은 20%포인트가 양도세에 가산된다. 3주택자의 경우 최고 62%의 양도세율이 적용된다. 게다가 2주택 이상은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배제되는 점이 매도자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다주택자들은 그동안 ‘똘똘한 한 채’로 보유 주택을 압축하거나 임대주택 등록으로 대응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월 주택매매 거래량은 7만354건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20.2%, 지난 5년 평균 대비 22.8% 증가했다. 특히 서초구·강남구·송파구·강동구 등 강남 4구의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임대주택사업자 등록도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신규 등록한 임대사업자는 7,348명으로 전년(3,386명) 대비 두 배 이상 늘었으며 올해 1월에는 9,313명이 신규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전년 같은 기간(3,799명)에 비해 2.5배 많아졌다. 문성요 국토부 주거복지기획과 과장은 “2~3월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증여도 늘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 증여 건수는 28만2,680건으로 전년(26만9,472건) 대비 4.9% 증가하는 등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남처럼 향후 집값 상승이 예상되는 지역에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지금 당장 집을 팔기보다는 증여를 통해 양도세 중과 부담을 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막바지 매물을 제외하고 다주택자 매물은 마무리돼가는 분위기다. 실제 강남권 주택시장에서는 3월 말 잔금 조건 매물들이 급매로 거래되고 있다. 잠실 주공5단지 전용면적 76㎡의 경우 3월 말 잔금 조건으로 18억원에 나온 매물이 있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용 76㎡는 15억원, 84㎡는 17억원 이하에 매물이 나와 있다. 잠실 J공인의 한 관계자는 “아주 막바지 매물 한두 건을 제외하고는 이제 당분간 다주택자 처분 매물이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개포동이나 대치동 등 다른 지역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주택을 처분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며 “실제 지금 들어오는 문의는 임대사업자 등록과 증여와 관련된 절세 문의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매도·매수 실종된 거래공백, 상반기까지 이어질 듯=4월 이후 부동산 시장은 거래 절벽 속에서 서울 지역의 가격 강세와 그외 지역의 약세가 이어지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 인상, 보유세 개편, 입주량 증가 등의 하방 압력 요인이 대기하고 있지만 상승세가 둔화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요는 확실히 줄겠지만 이미 급하게 팔 사람은 대부분 정리한 상황이어서 호가를 낮출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박춘석 개포 우성공인대표(서경 부동산 펠로)는 “이미 매물도 거의 없고 매수 문의도 끊겼다”며 “세무조사 기간 연장, 보유세 강화 방안 등이 나오는 하반기까지 이 상태가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 입주물량 증가, 정부 규제 등 주택시장에 부담이 될 변수들이 하반기에 몰려 있어 지난해와 같은 서울 집값 급등이 계속될 상황은 아니다”라며 “상승률이 둔화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가격 상승세는 주춤하겠지만 대기 수요가 많기 때문에 강보합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남 지역의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강북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가격이 내려가려면 매물이 늘어나야 하는데 단기 급등 지역은 매물이 안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강남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힘겨루기 양상이 계속되면서 가격이 떨어지지도 않고 보합이 유지되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아직까지 상승 여지가 많은 마포구·용산구·성동구 등 강북 쪽으로 투자 수요가 옮겨가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병기·이완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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