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공연을 위해 한국을 몇 차례 방문하면서 매우 젊고 열정적이며 지적인 한국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멋진 한국 관객들을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지요.”
서울시향이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한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54·사진)는 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서로 다른 국적의 아티스트들과 관객이 만나 예술로 하나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향은 세계의 정상급 아티스트를 초빙해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올해의 음악가 제도를 이번에 처음 도입했다.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에서 철학과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보스트리지는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어린 시절부터 간절히 열망해온 음악가의 꿈을 잊지 못해 29세에 전업 성악가로 인생의 행로를 수정했다. 데뷔 3년 만인 지난 1996년 그라모폰 솔로 보컬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성악가로 부상한 그는 고전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구사할 수 있는 아티스트로 꼽힌다. 흥미로운 이력 덕분에 ‘노래하는 인문학자’ ‘박사 테너’ 등의 별칭을 갖고 있으며 지난해 워너클래식에서 발매한 앨범 ‘셰익스피어의 노래’로 그래미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올해 3월과 오는 7월·11월 연이어 내한해 총 일곱 차례의 무대를 선보인다. 우선 6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슈베르트와 베토벤의 가곡을 노래한다. 서울시향 단원들과 함께 말러의 가곡을 편곡한 버전도 들려준다. 보스트리지는 “슈베르트는 베토벤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은 작곡가”라며 “위대한 두 작곡가의 연결고리를 공연에서 선보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본격적인 관현악 무대는 10일과 11일 펼쳐진다. 보스트리지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마이클 프랜시스의 지휘 아래 ‘테너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녹턴’을 협연한다. 보스트리지는 “서울시향이 ‘환상적(fantastic)’인 악단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어제 처음 리허설을 해보니 역시 나에게 영감을 잔뜩 안겨주는 훌륭한 오케스트라더라”며 “다양한 작곡가의 풍성한 음악 세계를 교감할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보스트리지는 이날 간담회에서 인문학을 공부한 경험이 음악가로의 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도 고백했다. 그는 “노래를 하면서 어떤 테마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자 할 때 역사학자로 일한 경력이 특히 장점으로 작용한다”며 “많은 역사학자가 그렇듯 나 역시 음악가로 지금 이 시대와 사회의 모습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작품들을 노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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