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제조업체에 다니는 김모(31·여)씨는 출근시간인 오전8시30분보다 30분 일찍 출근해야 한다. ‘여직원이 타주는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사장님을 위해 여직원당번제를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회식 때는 항상 상사 옆자리에 앉아야 한다. ‘술잔이 비었는데 왜 안 따르냐’ ‘여자는 신나는 노래로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등의 발언은 흔하다. 또 다른 제조업체 근무자 이모(31·여)씨는 회식 때 도우미가 나오는 노래방까지 따라가야 한다. 남자 직원들이 회식비를 너무 많이 쓴다는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 이씨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씨는 “도우미가 나오면 알아서 빠져줘야 한다”며 “여성을 놀이 대상으로 삼는 이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노를 느끼지만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홍보대행사 직원 유모(33·여)씨의 경우 화보 촬영을 진행한 한 유명인이 “자기 차에 가서 즐기자”고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업체 미팅과 술자리에서 뒤에서 껴안는 등의 스킨십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직장 성폭력 사례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을 계기로 그동안 말 못했던 피해자가 하나둘씩 용기를 내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모 회사 신입사원 연수에서 성 관련 물의를 일으킨 직원을 해고하는 등 엄격해지고 있다”면서도 “일일이 단속하고 빠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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