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호 남쪽, 선교장 가는 길에 위치한 해운정은 강원도 강릉시에서 오죽헌 다음으로 오래된 조선의 주택이다. 조선 중종 25년(1530년)에 강원도 관찰사이던 어촌 심언광(1487~1540)이 지은 것으로 전한다. 상류층 가옥의 별당형식 정자로 단아한 자태가 돋보인다. 지난 1963년에 보물 제183호로 지정됐고 심언광의 후손인 심씨문중이 소유해 관리하고 있다.
건물은 3단으로 쌓은 축대 위에 남향으로 올라앉았다. 건물이 제법 높이 자리 잡았으나 2단짜리 화계(花階·계단식 화단)가 앞쪽으로 조성돼 가파른 느낌을 상쇄하는 동시에 계절의 변화를 맨 먼저 보여준다. 건물 정면 현판으로 걸린 우암 송시열의 ‘해운정’ 글씨가 이 집의 품격과 역사를 상징한다. 집 안에는 산수헌 권진응의 기록문, 율곡 이이가 적은 시문 등 유명한 사람들의 글이 걸려 있다. 건물은 앞면 3칸, 옆면 2칸으로 안쪽의 오른쪽 2칸은 대청이며 왼쪽 1칸은 온돌방이다. 지붕은 옆면이 여덟 팔(八)자를 이루는 팔작지붕으로 꾸며 우아하다. 대청 앞면에 문들은 모두 열어 밖을 볼 수 있게 돼 있으며 건물 주위로 툇마루가 둘러 있어 어디든 앉아서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단청을 하지 않은 집이 소박해 보이지만 대공·보머리 등에는 당초문이 그려져 있고 구석구석 세련된 조각장식이 더해져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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