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검찰에 출석해 소명해야 할 혐의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횡령·배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20여개에 달한다. 이들 중에서 형량이 가장 무거운 혐의는 110억원대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다.
앞서 검찰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구속기소 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의 ‘주범’으로 규정했다. 검찰은 김 전 기획관과 김희중 전 부속실장,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 등 옛 청와대 참모진에게 흘러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규모를 17억5,000만원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삼성전자가 17대 대선 직전인 2007년 11월부터 대통령 재임 중인 2009년 3월까지 대납한 것으로 조사된 다스의 미국 소송비 500만 달러(약 60억원)도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여겨지는 이 전 대통령에게 제공된 뇌물로 본다.
이와 함께 2007년 대통령 당선 직전부터 재임 기간에 이르기까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22억5,000만원), 대보그룹(5억원), ABC상사(2억원), 김소남 전 의원(4억원) 등으로부터 각각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1억원 이상 뇌물을 수수한 사람을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조사 과정에서 수뢰 혐의가 얼마나 충분히 소명되느냐에 따라 향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 기소 이후 양형에도 결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불법 자금이 오간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오갈 전망이다. 어떤 혐의를 얼마나 인정할지도 관심이다. 다스와 관련해서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핵심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가 미국에서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를 상대로 떼인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 청와대와 외교부 등 국가기관을 동원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검찰은 비자금 조성 등 다스에서 발생한 각종 경영 비리와 관련해서도 이 전 대통령에게 소명을 요구할 계획이다. 검찰은 다스가 2007년 초반까지 경영진의 조직적 관여 속에서 3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비자금 중 수십억원이 대선 과정에서 선거 운동 자금으로 흘러들어 간 정황도 포착됐다. 또 다스와 주변 회사들이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지배하는 에스엠 등의 회사에 123억원의 자금을 무담보로 대여해준 배임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관여를 의심하고 있다.
이밖에 국가기록원에 넘겨야 할 문건을 다스 ‘비밀 창고’로 빼돌린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전국 10여곳 이상의 부동산과 예금 등 차명재산을 보유하면서 세금을 탈루한 혐의(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포탈)와 관련해서도 이 전 대통령에게 소명을 요구할 방침이다.
/김주환 인턴기자 juju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