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은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마당이 있고 면적당 건축비가 현대식 주택보다 비싸 고급 주택으로서의 조건이 갖춰져 있습니다. 한때 단열·보안 등의 기능이 아파트 같은 현대식 주택에 뒤처지면서 고급주택의 지위를 잃어버렸지만 현대 건축과 융합을 통해 단점이 많이 개선됐습니다.”
서울 은평구 은평한옥마을의 한옥 ‘낙락헌’을 설계한 조정구(사진) 구가도시건축 설계사 사무소 소장은 국내 주택시장에서 한옥의 위상에 대해 이처럼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낙락헌과 같은 한옥 건축을 의뢰하러 오는 사람들 중 30~40대가 오히려 50대 이상의 중장년·노년층보다 더 많다고 한다. 젊은 세대일수록 주거 편의성이 부족한 전통 한옥에 거주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한옥에 대한 선입견도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전통 한옥은 단열·보안 등의 측면에서 거주하기에 불편한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한옥이 대중화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 소장은 한옥 본연의 특징을 감안하면 오히려 오늘날 대표 주거 공간으로 자리 잡은 아파트보다 나은 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파트는 본인이 비용을 주고 구입한 공간만 누릴 수 있지만 한옥은 자기 집에 머물러 있지 않고 마당과 풍경을 누리며 생활을 주변 공간으로 무한하게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 안에서 멀리 북한산까지 보이는 낙락헌처럼 주변에 대한 조망까지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바람직한 한옥의 입지 조건으로 주변에 쾌적한 환경이 갖춰져 있는 곳을 꼽았다. 그러면서 “서울의 북촌, 서촌 한옥마을이 가치 있는 이유는 도심 한복판의 위치에서 남산·인왕산·북악산·경복궁 등 서울 특유의 풍경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소장은 한옥이 앞으로 보다 더 적극적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같은 문화권에 속하는 중국과 일본의 건축적 추세를 살펴봐도 전통과 현대식 건축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발전하고 있다”며 “한옥 역시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현대식 건축과 융합돼야 한다”고 단언했다.
조 소장은 2017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낙락헌 외에도 2017 대한민국 한옥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천연동 한옥, 경기도 판교의 함양재 등의 건축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전통과 현대 건축의 결합을 시도해왔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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