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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서북도서 방어 더 빠르고 강하게"...고속단정, 45노트급으로 바꾼다

<고속전투주정 도입하는 해병대>

스웨덴 해군 'CB 90' 모델...이르면 2025년께 배치

적 상륙정 해상 요격·섬과 섬 병력이동 시간 단축

조선 기술수준·업황 등 고려해 국내 개발에 무게

해병대가 서북도서에서 운용하는 고속단정.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지만 방호력이 약하고 악천후 해상 상황에서는 운용에 제약이 크다.




서북도서지역에 시속 40~50노트급의 고속전투주정을 이르면 오는 2020년대 중반께 배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해병대가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에서 운용하는 고속단정(RIB Boat) 대신 보다 빠르고 방호력이 높으며 무장도 강력한 고속정으로 교체한다는 것이다.

새로 도입할 고속전투주정의 제원은 스웨덴 해군이 대량 운용하는 ‘CB(Combat Boat) 90’ 최신형과 동등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은 4월까지 사업추진기본전략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업 확정과 예산안 반영, 탐색개발, 체계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실제 배치는 2020년대 중반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는 긴급 투사능력 확충과 적 침공 시 대상륙전 능력 향상을 위해 도입 시기 단축을 희망하는 눈치지만 긴급 사업으로 지정되지 않는 한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고속전투주정이란=국내에는 비슷한 성격의 배가 없어 개념이 생소하다. 해외에서도 이런 성격의 함선이 나온 역사가 짧다. 지난 1990년대 초부터 스웨덴 해군이 배치하기 시작한 CB 90급이 시초로 꼽힌다. 동급 고속정은 여러 파생형이 있지만 기본형의 제원은 배수량 23톤에 시속 42~50노트. 최신형(MkⅡ)의 속도는 55노트 이상이다. 무장병력 21명 또는 4.5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기본 무장은 중기관총과 소형 미사일이나 근접 지원용으로 신형 박격포를 탑재한 파생형도 있다.

해병대는 일단 박격포 탑재형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한 상태다. 기본형만으로도 유사시 침공해오는 적의 상륙정에 대한 해상에서의 요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병력이 섬과 섬을 오가는 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는 점도 동급 고속정의 장점이다. 공세적으로 활용해 우리 해병대가 상륙작전을 펼칠 경우, 어떤 상륙주정이나 상륙돌격장갑차보다 빠르게 해안에 도달할 수도 있다.

서북도서 지역의 해병대에 시속 40~50노트를 내는 고속전투주정 배치가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해외 도입과 국내 개발를 가름하던 당국은 국내 독자개발로 가능하다는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추종 모델인 스웨덴제 CB-90. 최신형의 속력은 55노트에 달한다. 무장병력 21명을 싣도 긴급 전개가 가능하다.




◇숙원 사업, 빨라야 2020년대 중반 배치 시작=고속전투주정 도입은 해병대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당시에는 전시작전권 반환을 위해 고가 무기 해외구매가 많고 정치적으로 서북도서지역을 남북한이 공동 관리하는 방안까지 추진되던 시기여서 논의 초반 단계에서 접어야 했기 때문이다. 해군의 반대도 없지 않았다.

꺼져 가던 이 사업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되살아났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가 2011년 6월 창설되고 각종 방어무기가 우선 도입되는 분위기 속에서 해병대는 본격적인 사업 재검토에 들어갔다. 공기부양정도 검토 대상에 넣었으나 기술적으로 운용이 까다롭고 방호력 문제로 결국은 고속전투주정만 남았다. 해병대는 합동참모본부를 설득해 2015년 장기계획으로 소요를 제기했다. 합참이 이를 지난해 말 장기계획에서 중기계획으로 앞당기며 사업에도 탄력이 붙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구상했던 계획이 문재인 정부에 와서야 구체화된 셈이다.

그래도 당장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이 사업추진기본전략 수립을 서둘러 4월까지 마치더라도 예산 검토 작업은 내년에나 가능하다. 사업이 아무리 순항해도 2020년 예산안에나 반영될 수 있다는 얘기다. 탐색개발과 연구개발에 통상 5년이 걸린다는 점에서 장비 인도는 빨라야 2025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개발에 무게, 성능이 관건=어떤 성능의 고속정을 어떤 업체가 공급할지도 주목할 대상이다. 세계적으로 시장은 스웨덴 회사(Dockstavarvet)가 잡고 있다. 이 회사는 CB 90 시리즈를 300척 이상 건조해 절반은 스웨덴 해군용으로 납품하고 나머지 절반은 인접한 노르웨이와 핀란드, 영국, 미국, 독일, 말레이시아, 러시아, 멕시코 등 11개국에 공급한 실적을 갖고 있다. 추가 구입 또는 신규 구입 상담도 수십개국과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을 석권하는 것은 기술력 때문이다. 고속정을 구입한 나라 가운데 4개국이 카피에 나서 비슷한 제품을 만들었지만 속도가 30노트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최근에 50노트대인 ‘랩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을 뿐이다.

한국의 기술 수준으로는 가능할까. 방사청이 사업추진기본전략 수립에 들어가기 전 국내 S엔지니어링이 수행한 선행연구에서는 시일이 촉박하다면 해외 제품을 구매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개발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방사청도 국내 개발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산업 강국으로서 1990년대 이후 장보고급 잠수함 1번함을 제외하고는 해외에서 전투함을 들여온 사례가 없는데다 불황을 겪는 조선 업체를 측면 지원한다는 점에서 국내 개발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업에 결정적인 변수도 없지 않다. 남북관계가 호전되면 다시금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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