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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스타' 아보카도…"그런데 말입니다"

아보카도 대유행...3개 키우는데 물 1천리터 들어

칠레 강 말리고 멕시코에선 대규모 벌목

#. 심씨(25)는 난생 처음 인터넷 식품몰에서 아보카도를 구입했습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 김사랑이 몸매의 비법으로 아보카도를 꼽았기 때문인데요. 이리저리 검색해보니 아보카도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 실제로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보카도 요리 사진을 접하는 경우도 잦아졌습니다. 주변 친구들도 주말마다 아보카도가 들어간 햄버거 가게며 브런치 맛집들을 찾아다닙니다. 스스로 ‘아보카도 마니아’를 자청하며 아보카도 캐릭터나 이모티콘을 쓰는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국내에서 수입량이 급증한 아보카도는 진녹색 껍질와 연두색 과육, 커다란 씨앗이 특징적인 과일이다./사진=롯데마트 제공




■아보카도가 유행의 선두에 서다

아보카도가 ‘핫’합니다. 특유의 무미건조한 듯 느끼한 듯하면서도 중독적인 맛도 그렇지만 초록과 노랑이 어우러진 산뜻한 색감도 인기에 한몫했습니다. 인스타그램 같은 사진 기반의 SNS에 딱 맞는 것이지요. 토스트, 샐러드 같은 브런치 메뉴에 두루 사용되면서 아보카도 요리가 주메뉴인 맛집을 다녀왔다는 ‘인증샷’을 업로드하는 것도 유행을 탔고 있습니다. ‘비싸기만 하고 맛없는’ 천덕꾸러기 과일이었던 아보카도가 힙스터(hipster)의 상징이 된 겁니다.

아보카도가 들어간 버거로 유명해진 햄버거 전문점의 메뉴 사진. 햄버거 사이로 빼꼼 고개를 내민 초록색 아보카도가 침샘을 자극한다./제공=인스타그램 유저


실제로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아보카도 수입량은 6,000여톤으로 2010년 457톤에 비해 13배나 늘었습니다. 아보카도 열풍은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특히 중국의 수입량은 같은 기간 1.9톤에서 2만5,000톤으로 무려 1만3,000배나 급증했습니다. 멕시코 아보카도 생산 및 수출 협회(APEAM)는 올해 중국 판매량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국에서도 1989년 1파운드(약 0.5㎏)던 1인당 소비량이 2016년에는 7파운드 이상으로 뛰었습니다. 그해 미국인들은 23억파운드의 아보카도를 먹었습니다.

아보카도 전문점에서 주문한 연어 샐러드에 저며낸 아보카도 과육이 한가득 올라가있다. 산뜻한 색감이 대비를 이루며 시각적 만족감을 준다./제공=인스타그램 유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보카도 품귀 현상은 글로벌 트렌드가 됐습니다. 산지인 뉴질랜드에 폭풍우가 발생해 호주 전역은 지난해부터 ‘아보카도 가뭄’을 겪고 있습니다. 작황이 부진하면서 지난해 여름 남캘리포니아에서는 30~40달러 하던 아보카도 한 박스가 12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아보카도 가격 변동 폭이 큰 이유는 재배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겨울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거나 서리가 껴선 안 됩니다. 재배지는 경사가 있고 햇볕이 잘 들어야 하지요. 잔뿌리가 적고 염분에 민감해 재배에 적합한 토질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멕시코와 칠레 등 중남미 지역이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보카도의 ‘비밀’

하지만 SNS를 달군 아보카도 열풍이 지구에는 비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아보카도는 산지로부터 주요 수입국인 미국, 유럽과 아시아까지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합니다. 이동 시 숙성을 위해 적당한 온도를 유지해줘야 하고 즉시 섭취가 가능하도록 보호 포장이 들어갑니다. 주요 운송수단인 항공기나 선박에서 배출되는 질소 산화물(NOx)은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끼치며 미세먼지의 주범이기도 합니다.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 연구에 따르면 생산, 유통에서 섭취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2개의 아보카도는 846.36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합니다. 이는 바나나 1㎏ 배출량의 두 배에 가까운 양입니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연상케 하는 과일이 실은 엄청난 ‘환경 악당’이었던 겁니다.





산지 환경 파괴도 심각합니다. 아보카도 열매 하나를 키우는 데는 320ℓ의 물이 소요됩니다. 한 알을 기르는데 22ℓ가 드는 오렌지와 5ℓ가 필요한 토마토와 비교하면 엄청난 양입니다. 1㎏ 남짓인 아보카도 세 알을 수확하기 위해 물 1,000ℓ가 필요한 셈인 거죠. 인간이 필요로 하는 하루 물 섭취량(2ℓ)에 대입해보면 성인 남성이 1년하고도 넉달을 넘게 마실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멕시코시티의 한 아보카도 판매상이 줄줄이 늘어선 아보카도 박스 옆에 서서 통화를 하고있다./사진=AP


이 때문에 아보카도의 인기로 홍역을 앓고 있는 나라들이 생겼습니다. 독일 공영방송 다스 에어스터(Das Erste)는 아보카도 재배 때문에 칠레의 강줄기가 말라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주요 산지 중 하나인 페토르카 지방에서는 대규모 산림 벌채가 이뤄지고 지하수가 고갈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고온건조한 페토르카 지방은 8년간 이어진 가뭄으로 수자원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아보카도 농사가 시작되면서 마을 우물이 말라 주민들이 식수를 트럭 배달에 의존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물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지만 정치인을 비롯한 지역 유지들이 아보카도 농장을 소유하고 있어 불법적으로 용수를 끌어다 쓰는 것을 막기 힘들다는 분석입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칠레산 아보카도를 불매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습니다.

멕시코 미초아칸주 산등성이 곳곳이 아보카도 농사를 위해 벌목된 모습이다. 환경단체는 멕시코 원시림의 50%가 이미 파괴된 상태라고 진단한다./사진=그린피스(Greenpeace) 제공


전세계 아보카도의 45%를 생산하는 멕시코는 더 심각합니다. 일명 ‘아보카도 마피아’인 마약 카르텔이 노동자들을 수탈하고 있습니다. 마약 카르텔은 농장주를 납치·살해하는 방식으로 농장과 작물을 강탈합니다. 현지 재배업자들이 마약 카르텔에 대항하기 위해 불법 총기를 앞세운 자경단을 조직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멕시코 남서부의 미초아칸주는 2006년부터 10년간 8,258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한 범죄 소굴로 전락했습니다.

이곳에서 아보카도는 ‘녹색 황금(green gold)’이라 불립니다. 다른 작물에 비해 수익성이 워낙 좋다 보니 주민들이 당국의 눈을 피해 소나무 숲을 밀어내고 아보카도 나무를 심고 있어 대규모 삼림 파괴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초아칸주에서만 매년 6,000~8,000㏊(1,800~2,400만평) 규모의 숲이 아보카도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고 추정됩니다. 여의도 30배 크기에 달한다고 하면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되시나요?

전지구적 현상인 아보카도 열풍은 쉽게 꺼질 것 같지 않습니다. 이러다 물 대신 아보카도만 먹고 있는 건 아니겠죠? ‘지속 가능한’ 아보카도 소비 방법은 없는 걸까요?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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