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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침묵의 판매원





1970년대 초 서울 시내, 여름이면 도로변에서 10원짜리 동전 두 개를 넣고 플라스틱 컵을 대면 콜라 한 잔이 나오는 자동판매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옆에는 커다란 물통도 하나 있었다. 컵을 헹구는 용도다. 이 때문에 당시 이 자판기의 위생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도 종종 등장했다.

자판기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문헌상으로는 고대 이집트 과학자 헤론이 기원전 215년 한 신전에 설치한 ‘성수 자판기’가 최초다. 위쪽의 구멍에 동전을 넣으면 지렛대의 원리로 아래쪽 구멍의 뚜껑이 열려 물이 흘러나오는 방식이라고 한다.

현대적 개념의 상업용 자판기가 처음 선보인 곳은 1889년 독일 베를린이다. 상품 진열창을 제조하던 막스 지라프와 금속 생산업자인 테오도르 버그만, 초콜릿 공장을 운영하던 루트비히 슈톨베르크가 함께 초콜릿 자판기를 개발해 독일 전역에 1만대 이상을 설치·운영했다. 점원과 흥정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던 사람들은 이 신기한 발명품을 두고 ‘침묵의 판매원’으로 불렀다고 한다. 이후 베를린에서는 향수·티켓·화장지 등 다양한 제품의 자판기가 선보였으며 1897년에는 베를린 시내에서 간단한 음료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자판기 레스토랑이 문을 열기도 했다.



자판기 천국은 일본이다. 2016년 기준 500만대에 육박한다. 인구 25명당 1대꼴이다. 자판기 문화가 발달한 것은 점포를 내려면 주변 상인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선도가 생명인 스시를 파는 자판기도 있다고 하니 없는 것 빼고는 다 파는 만물상이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의 영향을 받아 롯데산업이 1977년 샤프사로부터 400대의 커피 자판기를 들여오면서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자판기가 작은 물건이나 간단한 식음료만 파는 시대라는 편견도 버려야 할 것 같다. 최근 중국 광저우에서는 자동차 자판기까지 선보였다고 한다.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와 미국 자동차 제조사 포드가 합작해 만든 이 자판기는 높이 5m로, 고객은 42대의 다양한 차량 중 원하는 제품을 10분 만에 살 수 있다고 한다. 다음에는 또 어떤 물건을 파는 자판기가 등장할지 궁금해진다.
/정두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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