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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망중립성 규정 완화-반대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체감규제포럼 공동대표

국내 플랫폼 산업 경쟁력 저하 불보듯

통신사가 모든 인터넷서비스 사업자에게 차별 없는 데이터양과 속도를 제공해야 한다는 망중립성 원칙에 대해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통신망의 공공재적 성격 때문에 통신사업자가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인터넷보다 20배 빠른 차세대 이동통신 5G(5세대) 시대에는 이 원칙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은 망중립성 원칙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망중립성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제정한 지 7년 된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망중립성 완화 찬성 측은 급증하는 데이터 트래픽에 걸맞은 설비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투자를 유도하고 낡은 규제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신생·영세 플랫폼업체들을 고사시켜 정보통신기술(ICT)생태계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만큼 망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플랫폼서비스의 데이터 소비 지형은 더 이상 활자가 아니라 동영상·소리로 변화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요리법이나 드론 조종법 같은 이른바 하우투(how to) 검색을 위해 네이버·카카오를 이용하기보다는 유튜브를 이용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수치상으로도 이러한 현상은 명백하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 와이즈앱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지난달 유튜브 국내 사용시간은 257억분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카카오톡과 네이버가 각각 179억분과 126억분으로 뒤를 이었다. 이는 2016년 3월 카카오톡(189억분)이나 네이버(109억분)에 밀려 유튜브(79억분)가 3위를 차지했던 것에 비춰볼 때 현격한 반전이다. 이미 “포털의 시대가 지고 유튜브 시대가 오고 있다”는 기사는 익숙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발표된 미국의 망중립성 원칙 폐기 결정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망중립성의 존치를 재고해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망중립성이 완화·폐지될 경우 망사업자 즉 통신사가 트래픽이 많은 콘텐츠를 임의로 차단하거나 이용자뿐만 아니라 플랫폼·콘텐츠사업자에게도 트래픽 요금을 추가로 부과시킬 수 있으며 더불어 이용자에게 추가 요금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망중립성의 완화·폐지는 인터넷의 자유와 평등이라는 고귀한 철학적 명제는 차치하고라도 국내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타당하지 않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망중립성 원칙이 온전히 준수되지 않아 국내 플랫폼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국내 대표적 플랫폼사업자인 네이버는 2016년 734억원을, 아프리카TV도 150억원 규모로 트래픽에 따라 망 사용료를 지급한다고 알려졌다. 반면 국내 트래픽 유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기업인 구글 유튜브·페이스북의 경우 트래픽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 않으며 그 결과 이미 국내 플랫폼 산업의 핵심인 동영상 시장은 구글 유튜브로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호 콘텐츠는 수익이 보장되는 구글 유튜브로 갈 수밖에 없으며 이 상태라면 미국 기업인 구글 유튜브가 중심인 상태로 국내 플랫폼 시장은 더욱 고착화될 것이다.





다음으로 망중립성이 완화·폐지된다면 구글 유튜브·네이버·카카오에 버금갈 만한 혁신적 서비스의 시장진입이 현실화되기 어렵다. 초기 이렇다 할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신생업체가 아무리 혁신적 서비스를 개발한다 하더라도 트래픽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될 리 만무하다. 결국 트래픽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없는 중소사업자는 혁신적 서비스를 시도조차 할 수 없으며 현재의 공룡 플랫폼 중심의 지형도가 심화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망사업자가 선탑재 등 자사서비스에 우선 기능을 부여할 경우 플랫폼사업자 및 기타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는 심각한 시장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 망중립성 완화·폐지는 현재 거대공룡 플랫폼 및 망사업자에게 시장의 독점을 유지할 수 있는 방패막이 될 수 있다.

특히 망사업자는 5G를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망중립성을 완화·폐지하고 망 사용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통신사의 영업이익 추세에 비춰볼 때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업계가 지난해 4·4분기 통신 3사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8,427억원으로 전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8.2% 증가한 수치다. 실제 지난해 3·4분기에도 통신 3사는 연결기준 9,83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통신 3사는 매 분기마다 1조원에 가까운 수익을 내고 있는 셈이다. 또한 5G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당연히 트래픽의 현격한 증가가 수반돼야 한다. 이는 혁신적 플랫폼서비스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자율주행자동차, 각종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위한 플랫폼이 존재해야 트래픽 폭증이 가능하고 결국 이러한 트래픽 증가가 망사업자에게 더 많은 부가가치와 기회를 창출하게 된다. 즉 트래픽을 유발하는 좋은 콘텐츠나 플랫폼서비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용자는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합리적이지 못한 규제로 혁신적 토종 플랫폼서비스들을 좌초시킨 쓴 경험을 가지고 있다. 도토리 광풍을 일으킨 ‘싸이월드’, 유튜브보다 먼저 오픈한 세계 최초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판도라 TV’ 등이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현재 플랫폼 시장에서 전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무이하게 나름대로 경쟁력 있는 국내 토종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잘못된 규제정책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경험치로 알 수 있듯이 가학적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망중립성 존치가 대세이며 미국에서도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망중립성 폐기 결정에도 불구하고 각 주(州) 차원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입법을 강력하게 시도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망중립성이 우리 국익에 부합한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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