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으로 일부 뇌동맥이 막힌 급성 뇌경색 환자의 85%는 혈전 제거 시술의 골든타임을 증상 발생 후 6시간에서 10시간으로 4시간 더 늘려야 합니다.”
김병문 대한신경중재치료의학회 회장(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은 30일 “막힌 혈관 주변을 빙 둘러서 산소부족 상태에 빠진 뇌 부위에 웬만큼 혈액을 공급하는 뇌혈관 측부 혈류가 원활한 85%는 급성 뇌경색 증상 발생 후 6시간이 지났더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후유증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측부 혈류가 원활한지 여부는 컴퓨터단층촬영(CT) 혈관조영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 교수를 포함한 전국 16개 병원 공동연구팀은 지난 2010년 9월부터 2015년까지 혈전제거 시술(동맥 내 재개통 치료)을 받은 만 18세 이상 690명의 급성 뇌경색 발생·시술 시점과 3개월 뒤 회복 여부를 비교분석했다. 재개통 치료는 대퇴동맥을 통해 막힌 뇌혈관 부위까지 가는 도관(카테타)을 밀어넣어 혈전을 몸 밖으로 끄집어내는 시술방법으로 급성 뇌경색에 가장 효과적이다.
김 교수팀이 일상생활을 혼자 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수정랭킹척도(mRS)로 이들의 예후를 살펴본 결과 후유증이 없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미한 후유증만 있는 상태(mRS0+mRS1)인 사람이 △3시간 이내 66% △3~6시간 43% △6~10시간 41%였다. 이전과 똑같이 일상생활을 하지는 못하지만 보조를 받을 필요가 없는 상태(mRS2)까지 포함한 ‘예후 양호군’도 △3시간 이내 77% △3~6시간 65% △6~10시간 60.5%였다. 반면 측부 혈류 순환이 안 좋은 사람들은 뇌경색 증상 발생 후 3시간만 넘어도 긍정적 예후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신경중재치료의학회와 대한뇌졸중학회의 현행 가이드라인은 6시간, 건강보험은 8시간 안에 재개통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뇌혈관 측부 혈류가 원활한지 여부는 반영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재개통 치료 골든타임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국내외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어 조만간 가이드라인 개정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새 기준을 적용하면 재개통 치료를 받는 환자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적극적 치료를 통해 후유증을 줄이면 본인과 가족의 부담·고충은 줄고 삶의 질은 높아진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신경학·신경외과학·정신의학 저널’에 실렸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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