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의 원칙적 타결을 선언하고도 한국의 과일 시장 추가 개방을 압박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풀지 않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월30일(현지시간) 무역장벽보고서를 발표하고 위생검역·정부조달·서비스 등 각 분야에 대해 한국의 제도 개선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무역장벽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산 과일에 대한 한국 시장 접근 문제가 새롭게 포함됐다. 보고서는 매년 한국을 포함해 중국·유럽연합(EU)·일본 등 60여개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미국 내 업계의 애로사항을 담아 공개된다.
USTR는 보고서에서 “미국 오리건주(州) 외에서 생산하는 블루베리의 한국 시장 접근과 체리 수출 프로그램 개선을 요청했다”며 “현재 수입이 금지된 사과와 배에 대한 시장 접근도 요청했고 이들 과일의 수입허용을 위해 계속 한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1일 “과일 시장 추가 개방 외에 다른 사안들은 예년 수준과 같다”며 “보고서에 제기된 사안들에 대해서는 국내 이해관계자,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미 FTA 개정협상 직후 발표된 보고서에 기존 미국 측의 요구사항들이 그대로 포함된 것은 “한미 FTA 개정협상을 불안정하게 끝맺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미국은 보고서에서 “한국의 자동차 수리이력 고지 조항을 완화하는 문제를 올해까지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안전기준 예외 쿼터 확대와 픽업트럭 관세 철폐시한 연장을 한국이 받아들이면서 당분간 자동차 분야의 미국 측 추가요구가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지만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이뿐 아니라 올해 보고서에는 공공기관용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보안 인증절차 완화를 포함해 지난 2012년 병충해가 발견돼 우리가 수입을 중단한 미국산 감자의 수입 금지조치 철회, 외국 합작 법무법인의 해외지분율 제한 규정 철폐 등이 또다시 포함됐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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