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벼락 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35) 대한항공(003490) 전무가 15일 오전 귀국하면서 공항에서 짧게 사과한 것에 대해 ‘면피성 사과’라는 비판이 나오자 이날 오후 늦게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며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조 전무는 이날 국내에서 불거진 논란을 의식한 듯 휴가지에서 급거 귀국하며 공항에서 짧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조 전무는 공항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 “얼굴에는 (물을) 안 뿌렸다”면서도 “제가 어리석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익명 게시판 등에서는 사과의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며 오히려 추가 폭로가 이어지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분노의 글이 추가로 올라오는 등의 여론이 확산하면서 조 전무는 이날 오후 늦게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는 형식으로 다시 사과했다. 조 전무는 e메일에서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 전적으로 앞으로 법적인 책임을 다하고 어떠한 사회적인 비난도 달게 받도록 하겠다”며 거듭 사과했다.
전날에는 한 온라인 매체가 ‘조현민 폭언 음성 파일’을 공개하면서 여론의 비판이 커졌다. 음성 파일에는 조 전무로 추정되는 여성이 “에이 XX 찍어준 건 뭐야” “아이씨 이 사람 뭐야”라는 등 폭언을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한항공 측은 음성 파일의 주인공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조 전무가 아닐 수 있다고 밝혔지만 해당 파일 제보자가 사원증과 명함을 일부 공개하며 재반박에 나섰다. 음성 파일의 최초 제보자는 일부 매체에 “조 전무는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간부들에게도 폭언과 욕설을 일삼았다”며 “잊을 만하면 집무실 밖까지 울려 퍼지는 목소리를 화물부서와 여객부서 직원들이 본사 6층에서 다 들었는데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도 분노의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에서 ‘대한’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어 ‘조현민 전무의 갑질을 사법처리해야 한다’는 내용 등 사흘 만에 90건이 넘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특히 ‘대한항공’에서 ‘대한’을 삭제해야 한다는 청원 글에는 이날 오후 현재 2만명 이상이 공감을 표시했다.
경찰은 조 전무의 갑질 현장 목격자 등 관련자를 불러 조사에 착수하면서 특수폭행이나 폭행 중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하고 있다. 조 전무가 피해자에게 유리컵을 던져 맞혔거나 피해자 방향으로 유리컵을 던졌을 경우 특수폭행죄를 적용할 수 있다. 유리컵을 던지지 않고 물만 뿌렸다면 폭행 혐의가 적용된다. 서울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조 전무가 광고회사와 회의할 당시 현장에 있었던 대한항공 직원 몇 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일부 피해자 등은 휴대폰을 꺼놓는 등 접촉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규·박진용기자 cmk25@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