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중견화가 안윤모(56)는 우연히 엽서를 통해 미술에 재능있는 5명의 자폐성 장애 친구들을 만나게 됐다. 안 작가는 이들과 교감하며 서로 영감을 주고받았다. 이후 전국을 돌며 함께 전시를 가졌고 집·종이컵·원맨쇼·도서관 등의 주제를 비롯해 월드투어 프로젝트까지 기획했다. 이렇게 시작된 전시는 국내를 넘어 뉴욕 현대미술관과 퀸즈 뮤지움, 굿맨 갤러리 등과 아프리카의 AFA 갤러리, 유럽의 보자르 아트센터 등으로 확대됐다.
이들의 작지만 울림 큰 전시가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16일 서울대학교치과대학병원 내 전시공간인 ‘치유갤러리’에서 개막했다. ‘아름다운 그림여행’이라는 제목으로 화가 안윤모 외에 자폐성장애 작가 계인호, 김세중, 김태영, 김치형, 이병찬, 조재현이 참여해 2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에 참여한 여섯 명의 자폐성장애 작가들은 소통의 어려움이 커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해야 한다. 자신의 세계에서 나오지 못했던 이들이지만 작품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했고, 자폐의 장애로 언어능력은 제한적이지만 선명한 색채를 발산하며 각자의 마음 속에 가둬둔 세상을 풍요롭게 표현했다. 호랑이, 부엉이 등 의인화한 동물을 통해 따뜻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안윤모 작가의 현대적 우화같은 그림들도 함께 볼 수 있다.
안 작가는 “자폐증과 지적장애가 함께 있는 자폐성 장애 1급인 이들에게 그림을 통해서 세상 밖 사람들과 소통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면서 “이들에게 전시는 작품을 보여주는 자리일 뿐 아니라 세계 순회전으로 유사장애를 지닌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로 더 의미가 깊어졌다”고 말했다. 전시 개막일에는 ‘작가와의 만남’이 진행돼 안윤모 작가가 지난 8년간 국내외에서 자폐장애인들과 함께 진행한 ‘나비가 되다’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와 함께 예술이 모든 장벽을 넘을 수 있는 즉각적인 소통매체라는 것을 확인했던 그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28일 오전에는 서울대학교치과병원 소아치과 앞 어린이 도서실에서 ‘나를 표현하는 방법’을 주제로 김이삭 헬로우뮤지움 관장이 직접 진행하는 예술체험 행사도 진행된다. 전시는 30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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