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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시진핑 신(新)개혁·개방의 미래

홍병문 베이징 특파원





“중국인 직원 A씨가 하이난에 아파트를 세 채나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

요즘 베이징의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부동산 갑부 대열로 올라선 중국인 직원들 얘기가 화제다.

베이징에서는 방 3개짜리 고급 중형 아파트 한 채만 가져도 20억원대 자산가 소리를 듣는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베이징 아파트 가격을 놓고 ‘나는 왜 10년 전, 아니 5년 전에 베이징 시내에 아파트 한 채 사두지 못 했을까’ 하며 속앓이하는 교민들도 적지 않다.

지난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하이난성 보아오포럼 개막연설에서 자유무역항 건설 계획을 발표하자 하이난성은 물론 중국 본토 전체가 다시 부동산 투기 열풍 논란에 휩싸였다. ‘중국의 하와이’로 불리는 하이난성은 올해 보아오포럼이 개최되기 전부터 자유무역항 낙점 소식이 퍼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시 주석이 정작 개막연설에서 구체적인 발표를 하지 않자 주식 시장에서는 한동안 폭등했던 관련 주들이 급락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기도 했지만 사흘 후 중국 본토 첫 자유무역항 육성을 위한 하이난성 개발 계획이 발표되자 하이난은 물론 중국 전역이 다시 부동산 투기 바람으로 들끓는 분위기다.

천년대계라는 슝안신구 개발 계획에 이어 하이난성 자유무역항 프로젝트 등 굵직한 건설 사업의 이면에 시 주석의 집권 연장 노림수가 있다는 건 베이징 외교가의 상식이다.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해상 주요 거점이자 남중국해 방어선의 기지 역할을 하는 하이난의 성공은 시 주석 연임의 든든한 토대가 될 수 있다. 개혁·개방이라는 중국의 성공 방정식을 그려 놓았던 덩샤오핑조차 두 손을 든 하이난성 개발 계획을 완수한다면 시 주석은 헌법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하며 명실상부한 중국 최고 지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서는 최근 시 주석이 비공개 석상에서 종신 집권에 개인적으로 반대 뜻을 밝혔다는 보도를 내놓았지만 글로벌 외교가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자식과도 나누기 싫다는 권력의 속성을 감안하면 시 주석의 최근 여러 행보는 절대권력 강화에 이은 집권 연장의 토대 닦기에 가깝다.

미중 무역전쟁을 의식한 중국 자동차 산업 개방안 등 최근 신(新)개혁·개방 조치들은 시진핑 집권 2기 마무리 시점인 오는 2022년과 맞물려 있다. 그해 가을 열리는 제20차 중국 공산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하이난성 개발 계획만 해도 2025년 자유무역항 체제 구축, 2035년 자유무역항 완성 등 그의 집권 연장 가능성을 내포하는 시간표로 짜여 있다.

이런 정치적 함의를 갖는 중국의 신개혁·개방 움직임은 중국의 미래뿐 아니라 한중관계나 글로벌 경제에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과거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은 한국 경제의 발전에 큰 기회였다. 중국 시장 확대와 제조업 기지로서의 중국의 역할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메이저 기업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었다.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새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신개혁·개방 정책이 어떻게 귀결될지는 시장과 중국 국민들의 속마음에 달려 있다. 부동산 투기로 얼룩졌던 하이난은 계산이 빠른 중국인들의 머릿속에 신개혁·개방의 전초지보다는 마지막 남은 부동산 투기 대상으로 각인되기 쉽다. 고위관료와 연줄이 닿아 있는 이들과 아파트값 폭등으로 큰돈을 번 부자들은 이미 하이난성에 서너 채의 별장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화제가 되는 세상에서 시진핑의 신개혁·개방 정책 의지가 과연 얼마나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이슈와 중국의 패권주의 확대로 긴장 상태인 한중 양국 관계에 신개혁·개방 정책마저 삐걱거린다면 중국 정치에 불안을 야기할 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이난성이 투기 바람으로 얼룩지고 있다는 뉴스를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 주석의 신개혁·개방 선언이 중국의 미래뿐 아니라 한중 관계와 양국 경제 발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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