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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셋값 뚝뚝 떨어지는데...헬리오시티발 역전세난 어디까지 확산되나?

최근 서울지역에 전세물량이 쌓이며 주변 시세보다 1억~2억원 이상 값을 낮춘 급전세가 늘어나는 가운데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리센츠’. 이 아파트는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 바로 앞에 자리 잡은 역세권인데다 단지 내 초중고등학교가 위치한다는 등의 이유로 매매뿐 아니라 전세 수요도 끊이지 않는 곳이다. 지난해 말 이 아파트 전용 84㎡의 전셋값은 9억6,0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집주인들이 부르는 가격은 8억원으로 떨어졌다. 저층의 경우 7억8,000만원까지 낮아졌다. 김효미(서경 부동산펠로) 토마토공인 대표는 “리센츠뿐 아니라 인근 엘스·트리지움 등 주요 단지들 모두 올해 초보다 1억원 가까이 떨어졌다”면서 “특히 전세를 끼고 집을 산 ‘갭투자자’들은 세입자를 구하기 힘들고 추가 대출도 안 돼 난감한 상황이지만 전세 수요자들은 급전세 위주의 싼 것만 물어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의 전셋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사 수요가 많지 않은 시기인데다 새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면서 강남권 일부 단지에서는 한 달 전보다 수억원씩 가격을 내려도 세입자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전문가들과 중개업계에서는 올해 말까지 전셋값 하락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감정원이 19일 내놓은 ‘주간 아파트 동향’ 자료를 보면 4월 3주(4월16일 기준) 서울의 전세 가격은 지난주보다 0.07%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지난주 조사(-0.09%) 때보다 소폭 상승한 것이지만 올해 2월 3주(2월19일 기준) -0.02%를 기록한 후 두 달 넘게 전셋값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강남권의 하락폭은 다른 지역보다 두드러진다. 이번주 강남 4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의 전셋값은 0.15% 떨어져 서울 평균과 큰 차이를 보였다. 송파구의 경우 -0.20%를 기록해 서울에서 전셋값이 가장 많이 하락한 지역으로 조사됐다.

현장에서는 강남권 전셋값 하락이 올 초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강남구 도곡동 렉슬황금공인의 정영현(서경 부동산펠로) 대표는 “도곡 렉슬의 경우 올해 초보다 1억원가량 떨어졌다”면서 “전세 매물이 많은 것도 아닌데 수요가 많지 않고 문의도 뜸하다”고 전했다. 실제 올해 초 11억2,000만원에 거래됐던 렉슬 전용 84㎡는 지난달 11억원(실거래가)까지 하락했으며 현재는 10억원에서 매물이 나온다.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도 올해 초 14억3,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지만 현재 12억5,000만~13억원에서 매물이 나온다. 반포동 R공인 관계자는 “전용 59㎡ 같은 중소형 평형은 수요가 꾸준해 큰 폭의 하락은 없다”면서도 “전용 84㎡를 초과하는 중대형 평형은 올 초 대비 1억원 이상 떨어질 정도로 하락폭이 더 크다”고 전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엘스’ 전용 84㎡도 4월 들어 8억8,00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구했지만 현재 전세 시세는 8억원으로 하락했다.



강북권도 이번주 -0.03% 떨어진 것으로 조사되는 등 약세를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은평구 진관동의 이순옥(서경 부동산펠로) 고구마공인 대표는 “강남처럼 큰 폭의 하락은 없다”면서도 “지난해보다 2,000만~3,000만원씩 떨어지는 등 전셋값이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전셋값 약세는 공급물량 증가가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강남권의 경우 올해 말 9,500가구가 입주할 예정인 ‘송파 헬리오시티’의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송파 헬리오시티 집주인들은 입주가 8개월이나 남았지만 한 달 전보다 1억원가량이나 전셋값을 낮추며 세입자 모시기에 나섰고 여기서 시작된 하락의 여파가 강남권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송파구 신천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잠실 엘스나 리센츠 등에서는 12월 헬리오시티 입주가 오기 전 빨리 세입자를 찾으려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다”며 “이런 사람들은 전셋값을 더 크게 내린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세로 머물렀던 세입자들이 올해 매매로 대거 이동했다는 분석도 많다. 국토교통부의 조사에서 1∼3월 서울 강남 4구 주택 거래량은 1만1,786건으로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 중 상당수가 그동안 전세 세입자들이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올해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급매물들이 나오고 주택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불안감을 느끼던 세입자들이 매매로 갈아타면서 전세 수요 자체가 줄어든 모습”이라고 밝혔다.

시기 탓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세 수요는 보통 방학 때 많고 이 기간에 가격이 오르는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포동의 김시연(서경 부동산펠로) 래미안114공인 대표는 “강남권은 학군 수요가 많아 12월 등을 제외하면 가격이 오를 시기는 아니다”라면서 “지금의 하락은 시기적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셋값 약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신도시 지역에서 증가하는 입주물량 때문에 서울 전셋값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위례·동탄·김포 등 서울 인근에서 늘어나는 입주물량은 서울 전셋값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헬리오시티 입주가 본격화되면 강남권의 하락 압박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상승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전셋값 약세를 관측하는 이유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금리가 올라가면 전세 물량이 늘어나 전세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재건축으로 시작되는 이주 움직임이 전셋값을 다시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재건축 이주 수요는 전셋값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동해왔다”며 “상반기 잠시 조정기를 거친 뒤 하반기에 다시 전셋값이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완기·이주원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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