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인공지능(AI) 스피커 ‘홈팟’에 이어 아이폰마저 부진을 겪으며 판매에 ‘빨간불’이 켜졌다. 두 제품 모두 높은 가격이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어 애플의 ‘고가 정책’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21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아이폰 판매 부진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면서 애플의 주가가 지난 20일 165.72달러로 4% 이상 급락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2·4분기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데 이어 아이폰에 대한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부정적인 전망이 이어진 결과다.
앞서 TSMC는 2·4분기 매출 전망치를 월가 예측인 88억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78억~79억 달러로 발표했다. TSMC는 매출 부진의 이유로 모바일 시장의 수요가 약하다는 점을 꼽았다.
고쿨 하리하란 JP모건 애널리스트는 “TSMC의 2·4분기 매출 전망은 시장의 기대와 어긋났다”라며 “애플의 아이폰과 같은 최고급 스마트폰의 부진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서 “하반기에 새로 출시될 기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아이폰 판매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2·4분기 아이폰 판매 전망치를 4,050만대에서 3,400만대로 500만대 이상 낮춰 잡았다. 왐시 모한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애널리스트도 이 기간 아이폰 판매량이 500만대 가량 줄어들 수 있다며 “판매량 감소가 애플의 매출에 35억 달러의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월가에선 당초 2·4분기 아이폰 판매량을 4,200만~4,300만대 가량일 것으로 예측했다.
심지어 아이폰X 안면 인식 기능의 핵심 부품인 3-D 센서 재고가 대폭 증가한 점을 꼽으며 아이폰X가 올해 단종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1월 출시한 AI 스피커 ‘홈팟’ 역시 3개월 만에 시장 점유율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홈팟은 출시 직후 AI스피커 수요의 3분의 1을 차지했지만 최근 점유율이 10%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홈팟의 판매가가 349달러로 구글홈(179달러)과 아마존 에코(129달러)보다 높지만 성능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애플의 고가 제품군이 잇따라 매출 부진에 시달리며 보급형 제품 출시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맥루머스는 KGI증권 궈밍치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출시 예정인 6.1인치 아이폰 가격이 최저 550달러라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단일 유심 모델의 경우 550~650달러, 듀얼 유심 모델은 650~750달러로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올해 LCD(액정표시장치)를 탑재한 6.1인치 아이폰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탑재한 5.8인지·6.5인치 아이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궈밍치는 “소비자들의 가격 선택폭을 넓혀 중국 등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도움될 것”이라고 밝혔다.
홈팟 역시 애플이 150~200달러 선의 저가 모델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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