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대선 당시 “국빈 만찬보다 회의장에서 햄버거를 먹어야 한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국빈 의전은 세심하고 극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국빈으로 맞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를 위해 마운트버넌에서의 ‘더블데이트’와 우애를 상징하는 선물을 준비하는 등 특별한 의전을 베풀었다. 이날 미 재무부가 발표한 러시아 알루미늄 기업 루살에 대한 제재 유예도 동맹국인 프랑스를 배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도착한 마크롱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트로뇌 여사에게 ‘특별한 더블데이트’를 베풀었다. 백악관에서 프랑스 정상 부부를 맞이한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미군 헬리콥터 ‘마린원’까지 동원, 비공식 만찬 장소인 마운트버넌으로 이동해 함께 정원을 산책했다. 마운트버넌은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살았던 저택으로 해외 정상에게는 거의 개방된 적이 없었다. 앞서 백악관 출입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환대를 받은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식 볼 인사인 ‘비주’로 친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저녁 식사에 앞서 두 정상 내외는 백악관에 마크롱 대통령의 선물인 떡갈나무를 심으며 양국 간 ‘우애’를 다졌다. 이 떡갈나무는 1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병대가 독일군을 격퇴했던 벨로 숲 인근에서 자란 것으로 양국이 혈맹임을 뜻한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블루룸의 의자를 선물로 준비했다. 블루룸의 장식과 가구는 프랑스 양식을 좋아했던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진 것으로 프랑스 예술가 피에르 앙투안 벨랑제가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미 재무부가 러시아 알루미늄 기업 루살에 대한 제재 유예를 발표한 것도 마크롱 대통령의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루살과의 거래정지 발동시기를 오는 6월5일에서 10월23일로 연장하기로 했다면서 “동맹국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혀 이번 조치가 프랑스 등 유럽 동맹국을 배려한 것임을 인정했다. 앞서 재무부의 루살 제재 발표 후 알루미늄 가격이 폭등하자 프랑스·독일 산업계를 중심으로 경제에 타격이 될 우려가 높아져 루살 제재 해제는 마크롱 대통령 방미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혔다.
24일 백악관에서 열릴 공식 만찬은 멜라니아 여사가 손수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 메뉴는 ‘봄 첫 수확의 경이로움’을 테마로 양갈비 요리, 복숭아 타르트 등 프랑스 양식에 영향을 받은 미국 요리가 오른다. 만찬장은 흰 라일락, 분홍색 벚꽃 등 국빈을 환대하는 의미를 담아 꾸며졌다.
한편 유럽연합(EU)은 ‘트럼프 설득자’로 불리는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얼마나 철회시킬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이번주 방미 일정이 잡힌 마크롱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고율관세 부과 대상에서 EU를 영구적으로 면제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미국의 철강 관세 분쟁과 관련한 세계무역기구(WTO) 조정 절차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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