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100세를 넘겼는데 미모는 29세에서 멈춰 버린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2015년 개봉)”이다. 주인공 아델라인은 자동차 사고로 물에 빠졌다가 6만 볼트에 감전되면서 유전자가 변해 버려 29세 이후로 이후로 늙지 않는다. 남자와 결혼할 수도 오래 사귀기도 힘들다. 주위 사람들이 수상하게 여기니 매 번 이사를 다니고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 애완 동물을 먼저 떠나 보내는 것도 일상화됐다. 엄마보다 늙어버린 딸 만이 비밀을 알고 있을 따름이다. 영화 이야기를 장황하게 한 것은 늙지 않는 인생의 행복이나 슬픔을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언제까지 오래 살지 모르게 된 한 여인의 자산관리를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영화에는 아델라인이 자산관리자와 상담하는 장면이 나온다. 늙지 않게 되었으니 소득을 마련할 방도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산관리자는 괜찮은 주식이 있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 지 모르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대신 짧은 시간에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자산을 갖기를 권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오래 주식을 보유해도 괜찮다고 하면서 “저는 참을성이 많거든요(I am patient.)”라고 답한다. 자산관리자도 발음하기 어려운 ‘X’로 시작하는 추천 기업의 이름은 제록스(Xerox)다. 주인공은 제록스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아델라인은 타고나면서부터 성정이 참을성이 많은 게 아니다. 늙지 않고 오래 살다 보니 인생을 길게 보게 된 것이다.
우리도 인생이 길어지는 장수사회에 살고 있다. 얼마전 둘째 외숙모님께서 95세로 돌아가셔서 큰 외숙모님 연세를 여쭤 보니 100세라고 한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상사일 것이다. 환경이 변하면 우리도 적응해야 한다. 삶이 길어지는 만큼 자산관리의 시간지평도 아델라인처럼 길게 보아야 한다. 투자시간을 길게 가지면 투자자산의 성과가 달라진다.
미국 주식시장을 한 번 살펴보자. 1950년부터 지금까지 마이너스를 보인 해를 찾아 보면, 1년 투자 기간으로 보면 18번이 되는데 반해(수익률이 -40%에 육박한 해도 있다), 10년 투자기간으로 보면 5번(수익률이 -5% 미만이다)이다. 좀 더 투자기간을 늘려 20년 단위로 보면 연 수익률이 적게는 2% 정도에서 높게는 12%로 마이너스를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만, 노후를 위해 장기적으로 투자자산을 가질 때는 다음을 유념해야 한다. 첫째, 주가가 추세적으로 우상향하는 국가의 주식시장을 선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주식의 비중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선진국 주식시장의 비중을 높여 글로벌 분산을 해야 한다. 일본과 대만은 거의 30년 동안 주가가 박스권에 갇혀 있음을 주목하자. 둘째, 채권, 인프라펀드, 배당주처럼 꾸준한 소득과 배당을 주는 투자자산 비중을 높여야 한다. 또박또박 현금흐름이 있어야 투자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좋은 수익으로 연결된다. 현금흐름이 있으면 시간이 갈수록 유리해지니 결국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자산관리인 셈이다.
수명이 길어지는 고령사회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길어진 시간이라는 환경변화에 대응해서 자산관리방식도 투자상품 위주로 바꾸어야 한다. 고령사회에서는 기대수명이 길어진 만큼 돈의 수명도 같이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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