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남북 정상회담과 준비과정에서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동선을 행사 직전까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왔다. 하지만 이번 회담 때는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했다. 자신감과 ‘정상국가’의 이미지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27일 양 정상은 판문점 ‘친교산책’을 하고 기념나무를 심는 등 점심시간만 빼고 하루를 통째로 함께할 예정이다. 임종석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장이 26일 발표한 동선, 주요 이벤트를 시간대별로 정리했다.
우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오전9시30분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오게 된다. 파란색 지붕의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T2와 T3 사이를 통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측에서 기다리다 군사분계선 위에서 김 위원장과 악수한 뒤 첫 만남을 갖게 된다. 당초 첫 만남 시각이 오전10시로 거론됐지만 북측을 배려해 오전9시30분(평양시 9시)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양 정상은 우리 전통의장대의 호위를 받으며 9시40분께 자유의집과 평화의집 사이에 마련된 공식 환영식장으로 걸어서 이동한다. 이어 우리 군 의장대를 사열한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우리 군 의장대를 사열하는 것은 지난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처음이다. 1, 2차 정상회담 때는 우리 대통령이 평양에서 북한 육해공군을 사열한 바 있다. 장소는 1984년 소련인 관광안내원이 망명 의사를 표하며 남쪽으로 내려오자 남북 간 총격전이 벌어져 한국군 1명, 북한군 3명이 사망한 곳이다. 34년 만에 남북 정상은 사열 장소로 극적인 반전을 연출하게 된다.
이어 양 정상은 평화의집으로 들어간다. 김 위원장이 방명록에 서명하고 문 대통령과 기념촬영도 한다. 양측은 접견실에서 사전환담을 한 뒤 2층 회담장에 공동 입장해 10시30분부터 정상회담을 시작한다. 오후에도 회담을 계속하는데 어떤 것을 단독·확대회담으로 할지는 미정이다. 이후 점심은 따로 먹는다. 김 위원장 등은 걸어서 북측으로 돌아간 후 다시 남측으로 넘어온다. 오후 회담 전략을 짜는 등 ‘작전타임’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1, 2차 정상회담 때도 양측은 점심을 따로 먹으며 이어질 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오후 일정은 소나무 공동식수 행사로 시작된다. 장소는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했던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 길’이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 소나무를 심으며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섞는다. 김 위원장이 우리 측 한강 물을, 문 대통령이 북한의 대동강 물을 준다.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문구와 양 정상의 서명이 들어간 표지석이 세워진다. 이어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양 정상은 친교산책을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산책하는 동안에는 아무도 따라가지 않으며 중간에 탁자와 의자도 마련해 앉아서 담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평화의집에서 정상회담을 재개한다. 임 위원장은 “생생한 전달을 위해 정식 공동발표를 하고 싶은 마음”이라면서도 “다만 합의 내용 수준에 따라 형식과 장소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두 마치면 합의문 서명과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야기가 잘 풀릴 경우 평화의 집 앞 정원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할 가능성도 있다. 성사되면 사상 처음 있는 일이 된다. 평화의집 안에서 약식으로 발표하거나 서명만 할 가능성도 있다.
오후6시30분부터 양측 수행원이 참석하는 환영만찬이 평화의집 3층에서 열린다. 북측에서는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25명이 참석한다. 평화의집 전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한 ‘하나의 봄’이라는 주제의 3D 영상을 감상한 후 북측은 돌아간다. 김 위원장은 하루에 군사분계선을 네 번이나 넘게 된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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