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의 4·27 남북정상회담 당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진행된 환영 만찬에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한데 힘입어 김 위원장이 상당히 많은 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청와대 관계자는 전반적인 만찬 분위기에 대해 “오후 6시30분에 시작해 2시간 가량을 예상했는데, 워낙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9시10분에야 ‘억지로’ 끝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어떤 국빈만찬보다 자유로운 얘기들이 오갔고 술잔을 부딪치고 술을 따라주며 통성명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술이 세 보이진 않았지만, 상당히 많이 드신 것으로 안다”고 전한 뒤 “리설주 여사가 마셨는지는 보지 못했다. 다만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은 술을 마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남측에서 평양냉면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이날 만찬의 화제에 올랐다. 이 관계자는 “만찬 메뉴 중 평양냉면이 단연 관심의 대상이었다”며 “냉면이 나올 때 한국의 점심시간에 평양냉면집이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뉴스가 전달됐다. (참석자들이) 좋아하더라. 순간 그야말로 ‘빵’ 터졌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감격한 시민들이 함께 기뻐하기 위해 냉면집으로 몰려간 것 아니겠느냐는 얘기도 나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만찬장에는 물냉면과 ‘비빔냉면으로 보이는 빨간색 냉면’ 두 종류가 제공됐다. 이 관계자는 “북한에서는 빨간색 냉면을 비빔냉면이라고 부르지는 않는 것 같더라. 정확한 명칭은 모르지만, ‘쟁반냉면’이라 부르는 것을 들었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 부부와 김 위원장 부부 네 명이 선택한 것은 모두 물냉면이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평양냉면 맛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아 북한 실무자들이 아쉬워했다는 후문에 대해서는 “모든 행사가 지연되면서 냉면을 준비하는 분들도 경황이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찬 도중 음악공연에 대해서는 “오연준 군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만 부를 예정이었는데, 사회자가 (하나 더 불러달라고) 부탁을 했다. 오 군은 흔쾌히 고향의 봄을 부르겠다고 하더라”라며 “리 여사와 김 부부장, 현송월 삼지관현악단장 등이 따라부르더라”라고 전했다. 리 여사가 고향의 봄 일부를 따라부르는 장면은 방송 카메라에 잡혀 이미 앞서 알려진 바 있다.
또 이병우 기타리스트가 자작곡 ‘새’를 부른 뒤 북측에서는 현 단장을 주축으로 한 예술단이 즉석에서 무대를 꾸몄다면서, “준비된 공연이라기보다는 즐거움을 나누는 자리였다”고 했다. 이어 “북측 예술단에서는 ‘요술’을 보여줬다. 북한에서는 마술을 요술이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가수 조용필 씨는 현 단장과 함께 노래를 하면서 ‘평양에서는 현 단장님이 키를 저에게 맞췄으니, 이번에는 제가 키를 맞추겠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마지막 공연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가 나온 것에 대해 “원래 가수 하현우 씨와 함께 무대를 만들고자 했지만 시간이 촉박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이 공연이 끝나고는 남북 참석자들이 서로 소감을 묻고,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하는 등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양국 정상이 주고받은 선물에 대해서는 “모든 국빈 정상간 만남에서 선물은 비공개”라며 밝히지 않았다. /연유진 기자 economicu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