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주요 후보들이 홍준표 대표와 거리 두기에 나서고 있다. 공천이 마무리되고 눈치 봐야 할 대상이 ‘당’이 아닌 ‘여론’으로 옮겨가면서 표를 의식한 ‘전략적인 반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는 2일 입장문을 내고 한국당 지방선거 슬로건인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의 교체를 요구했다. 이 문구는 홍 대표의 아이디어로 만들었다. 남 후보는 “함의를 떠나 국민의 보편적 인식과 거리가 멀다”며 “더구나 지방선거에서 현장을 누벼야 하는 후보들의 의견도 묻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자칫 국민을 편 가르기 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오히려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이다. 홍 대표의 남북 정상회담 때리기를 향해서도 “평화의 길이 열린 남북관계의 더 큰 진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답을 찾고 실천하는 일도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도 주요 현안 및 공약에서 홍 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후보는 최근 ‘초중고 무상급식 전면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홍 대표가 경남지사 재직 시절 보조금 지원을 중단해 혜택이 대폭 축소된 무상급식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남북 정상회담은 위장평화 쇼’라는 홍 대표의 비판에 대해서도 “너무 나갔다”고 직언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가 “(홍 대표는) 제발 말조심 좀 했으면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인천시장 후보로 공천된 유정복 현 시장도 “지도부는 정신 차리라”며 일침을 가했다.
이 같은 주요 후보들의 반기는 남북 정상회담 직후 이어지고 있다. 도 넘은 비판과 색깔론이 선거에서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후보들 입장에서는 중도·무당층 흡수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보수층만 바라보는 지도부와 거리를 두는 게 전략상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의 한 관계자는 “대표가 한마디 할 때마다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며 “오죽하면 ‘선거 때 대표 좀 오지 않게 해달라는 말이 나오겠느냐”고 탄식했다.
/송주희·류호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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