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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칼럼] 이젠 경제…남북 간 출산 경쟁을 제안한다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평화 무드 '경제 대박'으로 이으려면

남북 경협 통해 신성장 동력 찾아야

제3국 견제로 상호경쟁땐 효과 반감

지속성장 위해 남·북 출산율 제고를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북한 비핵화로 인한 평화의 기운이 낯설다. ‘전쟁이 일어나지 말기를’ 빌면서 맞이했던 새해의 달력을 3분의1만 넘겼을 뿐인데 변화의 속도가 참으로 빠르다. 민족사를 통틀어 급작스러운 변화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건만 이번만큼은 달라 보인다. 반갑고 설렌다. 해마다 이맘때면 등장했던 ‘봄 같지 않은 봄(春來不似春)’이나 ‘잔인한 계절’이라는 탄식과 걱정을 찾기 어렵다. 봄이 왔다. 희망과 함께.

일말의 의구심과 기대감 섞인 교차로에서 우리는 가지 않은 길과 맞닥쳤다. 분단 73년 동안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미증유의 시간과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가능성의 폭이 넓다.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믿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가시지 않은 마당에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에서 평화적 귀착점을 찾지 못한다면 한반도의 전운은 다시금 짙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낼 경우 평화공존체제로의 진입이 보다 확실해질 수 있다. 전쟁과 평화. 시간이 흐를수록 후자의 가능성이 짙어지는 분위기다.

평화체제가 견고해지면 남북한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분명하다. 남한 국민과 북한 인민 개개인 삶의 질 향상과 행복 증진. 목표를 이루는 수단은 경제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평화가 확인되면 긴장 완화와 군축을 거쳐 국방비 축소라는 경로를 밟는 것도 경세제민(經世濟民)을 위해서다. 경제와 안보에 대해 남과 북 지도자들의 발언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나온다.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남북의 지도자들은 민생(民生)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안보를 위해 조금 더 참고 미루자고 설득해왔다.

그토록 오랜 시간이 흐른 끝에 마침내 때가 찼다. 이제는 경제다. 남과 북의 경제가 번영의 항로를 정하고 같이 움직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비록 쫓겨났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통일과 관련된 인식의 개선에 기여한 부문이 있다. ‘통일은 대박.’ 박 전 대통령의 언급이 못 미덥다면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2007년 전망을 보자. 남북한 경제공동체라면 세계 2위의 경제 부국(일인당 국민소득 기준)으로 부상할 수 있단다. 지난 2009년 보고서에서는 2050년 통일 한국의 달러 환산 GDP는 중국·미국·인도·브라질·러시아·인도네시아·멕시코 등에 이어 8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 남북 화해와 협력이 배 아파 못 견딜 곳도 없지 않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최소한 수백억달러가 나갈 판이다. 미수교국가인 북한과 식민지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의 일본 입장에서는 북한이 소멸하거나 한국 또는 중국 같은 제3자가 흡수해 잠재적 채무가 없어지기를 내심 원했단다. 일본은 한반도 정국에서 왕따(Japan passing)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북일수교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일본이 북한에 지급할 수교자금(식민지 지배 배상자금)은 얼마나 될까.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당시 약속한 금액이 무상 3억달러, 재정차관 2억달러, 민간차관 3억달러.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할 때 100억달러는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어림없는 얘기다. 1980년대 중반 나카소네 야스히로 수상 시절에 북한이 얘기한 게 300억 달러 수준. 협상 테이블에서 북한이 1,000억달러 이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최종 금액은 양국이 타결점을 찾고 일본의 배상자금은 북한 경제 건설의 종잣돈이 되겠지만 경계해야 할 사안이 있다. 돈에는 공짜가 없고 일본은 조건을 붙이기로 유명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액수와 관계없이 일본이 자금을 지원하는 지역은 일제 상품으로 뒤덮이기 일쑤다. 자칫 북한 경제가 일본 경제의 하부구조로 편입되는 구조가 우려된다. 여기에 변수가 더 있다. 중국 역시 북한의 경제 재건을 먹잇감으로 노릴 게 뻔하다. 만약 제3국 자본에 의해 북의 경제가 우리와 상호보완적이 아니라 경쟁적 구조로 바뀐다면 통일 대박론은 물거품으로 변할 수도 있다. 남과 북의 민족경제가 공동 발전하려면 전제가 필요하다. 남북 간 공고한 신뢰관계 구축과 ‘특히 경제에 있어서는 민족이 우선한다’는 암묵적 동의와 공감대가 요구된다.

서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남북의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자. 북한의 고령사회 진입도 10년밖에 안 남았다. 북한 정도의 소득수준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인구 감소에 직면했다. 남(1.05)과 북(1.93)의 합계출산율로는 통일이 돼도 10년 뒤부터는 인구가 감소한다는 추계가 두렵다. 경제 개발을 통해 잘 살 수 있다는 미래가 보인다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 경제공동체의 테두리에서 남과 북이 인구를 늘리는 경쟁에 들어가기를 제안한다.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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