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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이동우, 시대의 ‘우울함’과 ‘슬픔’에 손 내밀다

집단 장애에 걸려 있는 현대인들에게

‘고단한 우리 삶에 대한 솔직한 고백’

살아간다는 건 ‘숙명’과도 같은 것

도움을 요청할 때 용수철처럼 몸이 반응하는 ‘길동무’ 보고 깨달아

배우 겸 재즈 보컬리스트 이동우는 비장애인으로 무대 위에 섰던 사람이다. 2004년 이후 사람들은 그를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인식한다. 사실 그가 볼 수 ‘있다’와 ‘없다’ 차이 말고는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그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180도 달라졌다. 하지만 이동우는 이 모든 편견을 부수고 세상과 마주했다. 그 누구보다 솔직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드라마 콘서트 ‘눈부신 길’로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이동우를 만났다. 그가 말하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정신’ 그리고 ‘길동무’의 존재는 집단 장애에 걸려있는 현대인들의 뒤통수를 때리는 듯 했다.

이동우는 ““아이러니 하게도 눈을 감고서 보게 되는 게 많다”고 말했다./사진=SM C&C 제공




그는 “눈을 감으니 보이는 것들이 있다”면서 담담하게 우리가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삶의 이면과 철학의 세계로 안내했다.

1993년 SBS 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동우는 개그그룹 틴틴파이브 멤버로 활약했다. 연예인으로 정상의 인기를 누린 그는 2004년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에 이어 2010년 법정 실명 판정을 받았다.

그는 “장애와 상처는 분명 우리에게 큰 아픔을, 또 불편함을 준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고 했다.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가를 받아들이고 나면 이것이 선물로 변화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슬픔을 외면하면 그 때부터 진짜 고통이 시작되는 거죠. 하지만 받아들이면 슬픔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분명 알게 돼요.”

이동우는 집단 장애에 걸려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과 ‘눈부신 길’ 공연을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눈을 감고서 보게 되는 게 많다”는 그는 누군가를 돕거나 위하거나 배려하는 이들에게 시선이 간다고 했다. 실제로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온 몸으로 반응해서 답하는 연예인을 보는 게 오랜만이었다.

“이전엔 불필요한 것들에 시선이 많이 갔어요. 하지만 자연스럽게 제 생각이 달라졌다. 같은 ‘딴따라’라 생각했는데 차원이 다른 분들이 많았다. 이번에 함께하는 ‘길동무’들이 그렇다. 그분들을 보면서 저 역시 조금씩 달라졌다. 아직은 몸부림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희미한 제 소신이 점점 자라겠죠. 또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다.”

‘눈부신 길’은 배우 양희은 유해진 안재욱 문소리 한지민 소유진 이휘향 문소리 정성화 신현준, 코미디언 송은이, 가수 윤종신 이승철 최수영 강타 샤이니 태민, 허지웅, 서명숙, 알베르토 몬디, 구경선 등 매 공연 특별한 길동무들이 함께 한다. 이동우는 ‘길동무’들을 놓고 “용수철 같이 반응하는 사람들”로 표현했다. 무형의 가치로 큰 울림을 주는 그들로 인해 자신도 큰 변화를 경험했다고.

“20명의 길동무들은 이름이 공개 돼 있는데, 이 외에도 실명을 거론하기 힘든 많은 분들이 계신다. 정말 많은 분들이 음으로 양으로 봉사활동을 해오시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한 두번의 경험은 할 수 있다고 하지만, 평생을 그렇게 해 오시는 분들을 보면 놀랍다. 제가 너무나 잘못 살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들을 닮아가려고 하고, 그분들을 통해서 반성하게 된다.”



“그 분들은 한마디로 용수철 같은 분이다. 어디선가 누가 손을 내밀고 도움을 요청할 때 용수철처럼 몸이 반응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에 비해 저는 껌딱지처럼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반짝 반짝 빛나는 그들이 큰 울림을 준다. 제가 감동을 받고 제 아내나 아이들에게 말투가 바뀌는 굉장히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결국엔 제가 누군가의 영향을 받아서 제 소신과 철학이 생기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한다. 흉내를 내면서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이 소중하다.”





시대가 가진 우울함과 슬픔에 빨리 손을 내미는 예술인들이 많아질 때 세상은 좀 더 살만해질 수 있다. 이동우는 자신은 ‘그저 흉내를 내는 단계’라며 겸손함을 보였지만, 이미 그의 공연은 공허한 현대인들의 마음을 채우고 있다.

“마음이 뻥 뚫린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제법 먹고 살죠. 때 되면 여행도 가고 좋은 옷도 사 입으면서 취할 건 다 취하는데, 불평불만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우리가 왜 이렇게 공허할까 생각해보니 그건 외롭고 슬픈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기쁨이나 행복에 집중하고 그것을 바란다. 하지만 슬픔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면 기쁨을 누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공연에는 내가 얼마나 많은 슬픔과 외로움, 상처를 갖고 있으며 내게 어떤 장애가 있는지를 들여다보자는 의지가 담겨있다. 같이 갖고 걸어가 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길동무’이다. 어둡고 가파른 길을 걸을 때 문득 나타나 손 잡아주는 사람 말이다.”

현재의 이동우를 있게 한 원동력은 슬픔을 직시한 태도. 눈이 아닌 가슴이 반응하는 소리를 들은 현명함. 그런 그에게 손을 내밀어 준 눈부신 ‘길동무’가 있었기 때문 아닐까. 그는 “길동무들과 같이 있으면 닮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 어느 순간 치유가 된다”며 편한 미소를 보였다.





“그동안은 어둡고 축축하고 냄새나고 거친 길이 많았어요. 여러모로 쉽지 않은 길이었죠. 참다행스럽게도 눈부신 길로 저를 안내해주는 길동무들을 만나면서, ‘걸어가야 하는구나’ 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걸어갈 수 있는 것이고.. 걸어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 길에 대해 예전보단 더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거죠. 남들도 걸어가니까 마지못해 이 길을 가는 게 아니라, 내가 걸어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는 게 달라진 점이다.

살아간다는 게 숙명과도 같은 거죠. 앞으로는 분명 눈부신 길을 자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둡고 냄새나는 길이 다시 나타난다 하더라도, 크게 상관 없다. 길동무들의 진짜 멋을 발견해서 치유되고 있으니까.“

한편, 이동우의 드라마 콘서트 ‘눈부신 길’은 한국콘텐츠진흥원 후원 작품으로 오는 ‪5월 7일까지 서울 중구 다동 CKL 스테이지에서 총 20회 장기 공연으로 펼쳐지며, 공연 수익금은 전액 기부될 예정이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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