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최영기칼럼] 반쪽 일자리 정책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 전 한국노동연구원장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단축 등

재정으로 떠받치는 일자리정책

시장 왜곡·노동 효율성 떨어뜨려

노동개혁 없인 성공하기 힘들어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 전 한국노동연구원장





문재인 정부 1년에 대한 평가 중에서 일자리 정책만큼 평가가 엇갈리는 분야도 없다. 어느 진보학자는 A+는 아니더라도 Ao는 줄 수 있다고 했고 한 노동단체 대표는 80점은 된다고 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이나 비정규직 줄이기 때문에 고용이 감소하지는 않았다며 중립적 입장을 취했다. 반면 시장을 중시하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소득주도성장과 재정 지원 일자리 정책은 반짝 효과는 몰라도 결국에는 노동시장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거라고 걱정이 태산이다.

통계로 확인되는 지난 1년의 일자리 창출 실적은 일자리 정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빈약하다. 별로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청년 고용사정은 더욱 나빠졌다. 왜 그럴까. 일자리 정부에 일자리 창출 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가 매달렸던 정책들은 하나같이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것들이다. 가장 먼저 꺼내 든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방침이나 16.4%의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올해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과 중소기업 취업청년에 대한 임금보조금 정책들은 하나같이 기존 일자리의 품질 개선을 목표로 한다. 비정규직과 저임중소기업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들면 양극화도 줄이고 청년과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자리의 질적 개선이 시장의 힘 또는 사업체의 생산성 향상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개입에 의해, 그것도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떠받치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당초 정부가 내세운 일자리 창출의 원천은 공공 부문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공공 서비스가 없는데 사람만 더 투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거리가 없는데 일자리가 늘어날 수는 없는 법이다. 공공 부문에서 일부 채용 확대가 있었지만 기대했던 마중물 효과는 없었다. 이론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거나 기존 산업의 생산성(경쟁력)이 높아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20년 가까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데다가 기존 기간산업의 생산성은 정체되고 노동비용은 증가 추세에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자리 위기는 이러한 경제적 정체의 결과일 뿐이다. 경제 구조개혁과 노동시장 제도개혁으로 정체 상태를 돌파해내지 않고 공공 부문 일자리나 재정 지원 일자리 사업으로 일자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없다.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노동개혁에 나서는 이유는 기존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다. 그동안 한국은 노동비용을 높이는 제도 변화들만 선택해왔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지난 2012년 법원이 통상임금과 주말 연장근로에 대한 행정해석을 뒤집으면서 기업들은 생각지도 못한 노동비용을 부담하게 됐고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국회는 60세 정년을 법제화함으로써 기업의 인사관리를 어렵게 하고 해고비용을 끌어올렸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비정규직과 저임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보호하겠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줄이기에 나섰다. 하나같이 노동비용을 크게 증가시키는 조치들이다.

정부를 바꿔가며 노동비용을 높이는 정책들만 쏟아내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 아닐까. 심지어 당연히 했어야 하는 노동개혁 메뉴조차 외면해왔다는 점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60세 정년연장을 의무화하면서도 임금피크제 도입은 노사 자율에 맡기고 근로시간은 단축하면서 탄력근로제 도입은 다음으로 미뤘다. 3조원의 재정까지 투입하며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지만 최저임금의 산입 범위는 손도 못 대고 있다. 누군가의 희생과 양보가 없는 선물 나눠주기식의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기명 칼럼 새 필진으로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과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참여합니다. 최 전 원장은 미국 텍사스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노동연구원에서 활동했고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으로 김대환 전 위원장과 함께 노동시장 개혁을 조율했습니다. 홍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한국응용경제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이화여대에서 거시·금융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