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100점(인천공항 노선의 경우 110점) 만점의 국제항공운수권 평가에 사회적 책임과 기여도 기준을 신설하고 5점을 배정할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으면 감점되는 불공정 거래행위 기준도 신설해 2점을 배정한다. 국토부는 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오는 7월까지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새 기준이 적용되면 ‘갑질’ 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대한항공은 신규 운수권 확보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경쟁이 치열한 경합 노선의 경우 1~2점의 차이로 당락이 좌우되는데 최대 7점의 점수를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기준들은 정성평가 항목인데다 경쟁 항공사와 상대평가를 하게 된다. 운수권 배분을 결정하는 항공교통심의위원회 위원들이 대한항공에 점수를 박하게 줄 수밖에 없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경쟁이 심한 노선의 경우 사실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경쟁하게 될 텐데 사회적 기여 5점과 불공정 거래행위 2점은 상당히 의미 있는 점수가 될 것”이라며 “특히 사회적 기여 부분에서 심의위원들이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운수권을 회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마련된다. 현재는 항공사가 배분받은 운수권을 1년에 20주 이상 사용하지 않거나 신규 채용 운수권을 받고도 1년 이내에 취항하지 않을 경우만 정부가 운수권을 회수할 수 있다. 국토부는 국적항공사 독점운항 노선 재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인기 노선 운수권 회수 기준에 유효기간, 회수기준 차등 기준 등을 추가할 계획이다.
다만 제도 개선 이후 국토부가 실제로 대한항공의 기존 운수권을 회수하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유럽 등 장거리 노선 운수권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확보하고 있어 국민 불편이 따를 수 있다. 항공권의 경우 1년 전에도 예약해두는 경우가 많아 예약객들의 보상 문제도 남는다. 또 중국의 경우 국가가 아닌 항공사별로 공항 슬롯을 배분하는데 대한항공의 운수권을 우리 국적의 다른 항공사가 그대로 확보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국토부는 이와 별도로 미국 국적인 조 전 전무가 등기이사로 활동했던 대한항공의 계열사 진에어의 항공면허 취소 여부를 놓고 법리 검토에도 들어갔다. 국내 항공법상 외국인은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등기이사를 맡을 수가 없다. 국토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진에어와 관련해) 면허 박탈까지도 검토되는 사안이라 로펌 3곳에 법리 검토를 맡긴 상황”이라며 “면허가 취소되려면 소급적용의 문제가 있어 법적으로 요건들을 신중히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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